농심이 운영한 멕시코 캄포 마르테 페스티벌 신라면 홍보 부스 현장. 참가자들이 신라면 부채를 들고 있다. 사진=농심
농심이 운영한 멕시코 캄포 마르테 페스티벌 신라면 홍보 부스 현장. 참가자들이 신라면 부채를 들고 있다. 사진=농심
구수한 된장 국물의 안성탕면과 얼큰한 신라면, 오동통한 면발의 너구리. 농심 온라인몰을 찾은 소비자들이 장바구니에 담은 것은 수십 년간 먹어온 ‘아는 맛’이었다. 반면 삼양식품 브랜드스토어에서는 우지로 면을 튀긴 신상 짜장라면과 단백질을 넣은 파스타가 불닭볶음면보다 앞섰다. 특정 브랜드를 직접 찾아 구매하는 이른바 ‘찐팬’들의 장바구니에서 농심은 장수 제품, 삼양식품은 신제품 선호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20일 농심 공식 온라인몰의 판매 순위에 따르면 안성탕면이 신라면을 제치고 라면 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얼큰한너구리와 육개장사발면, 오징어짬뽕 등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대부분 출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농심의 대표 장수 브랜드다.

제품마다 맛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소비자들이 이름만 들어도 맛을 떠올릴 정도로 익숙하다는 것이다. 1983년 출시된 안성탕면은 소고기 육수에 된장과 고춧가루를 더한 구수하고 얼큰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1986년 나온 신라면은 특유의 매운 국물, 1982년 출시된 너구리는 통통한 면발과 해물 국물로 오랫동안 소비자의 입맛을 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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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공식몰이라는 판매 채널의 특성을 감안하면 장수 제품의 판매량 강세는 더 눈에 띈다. 대형마트나 오픈마켓처럼 여러 회사 제품을 한꺼번에 비교하는 곳과 달리 브랜드 공식몰은 해당 회사 제품을 구매하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농심을 직접 찾아온 충성 고객일수록 신제품을 시험하기보다는 평소 즐겨 먹던 안성탕면이나 신라면, 너구리를 묶음 단위로 다시 사들이는 경향이 판매 순위에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양식품의 ‘찐팬 장바구니’는 분위기가 다르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월간 판매 1위는 최근 출시된 프리미엄 짜장라면 ‘짜르르’ 12입 제품이었다. 2위는 ‘탱글 큰컵 프로틴파스타’, 3위가 삼양라면 오리지널이었다. 짜르르와 삼양1963 등을 묶은 상품이 4위, 짜르르 16입 제품이 5위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간판 역할을 하는 불닭볶음면은 6위에 이르러서야 처음 등장했다. 봉지 불닭볶음면은 11위, 까르보불닭볶음면 큰컵은 13위였다. 해외에서 삼양식품을 사실상 ‘불닭 회사’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국내 브랜드스토어를 직접 찾아온 소비자들은 불닭 외 신제품으로 빠르게 눈을 돌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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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제품의 맛과 형태도 기존 라면과 차이가 크다. 짜르르는 면을 팜유 대신 우지를 활용해 튀기고 춘장과 양파를 볶은 짜장소스에 소고기 풍미를 더했다. 익숙한 짜장라면에 ‘우지 풍미’라는 차별점을 얹었다. 2위 탱글 프로틴파스타는 병아리콩 등을 활용한 건면에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더하고 갈릭쉬림프, 바질토마토, 머쉬룸크림 등 파스타 소스를 조합했다. 기존 국물·볶음라면과는 아예 다른 한 끼를 제안하는 제품이다.

‘삼양1963’ 관련 상품도 월간 베스트 30위 안에 여러 개 이름을 올렸다. 우지를 활용한 면과 사골육수를 앞세운 제품으로, 불닭의 강한 매운맛과는 다른 방식으로 삼양식품의 과거 ‘우지 라면’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사진=삼양식품
사진=삼양식품
같은 브랜드 공식 판매채널이지만 충성 고객의 소비 방식은 정반대로 나타나는 셈이다. 농심 소비자는 안성탕면·신라면·너구리처럼 오랫동안 검증된 제품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반복해서 구매하는 반면, 삼양식품 소비자는 짜르르와 프로틴파스타, 삼양1963 등 새로 나온 제품을 먼저 경험하려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다만 공식 온라인몰 판매 순위가 국내 전체 라면 시장의 판매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신제품 출시 직후 할인과 적립 행사, 묶음 구성 등에 따라 순위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농심 공식몰과 삼양식품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의 판매 환경에도 차이가 있다. 오히려 일반 소비자보다 각 브랜드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가 모이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두 회사 ‘찐팬’들의 선택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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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