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베일리 외부전경
래미안 원베일리 외부전경
서울 강남 3구 부동산 시장에서 직전 실거래가 대비 5% 이상 낮은 '급매'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5% 이상 하락 거래는 재건축 추진 단지는 물론 신축, 대단지 혹은 중소형 등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

6일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최근 1주일(10월 28일~11월 4일) 거래를 분석한 결과, 동일 단지·동일 전용면적의 직전 거래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거래는 총 1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송파구가 8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 6건, 서초구 2건 순이었다. 그동안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던 강남권 주택시장에 가격 조정 압력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하락 거래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4일 57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격인 71억5000만원보다 14억5000만원 낮은 금액으로, 하락률은 20.3%에 달한다.

강남구 개포동 성원 대치3단지 전용 49㎡도 직전 20억2500만원에서 14억원으로 6억2500만원 낮아져 30.9% 하락했다. 도곡동 현대그린1 전용 84㎡는 24억5000만원에서 22억원으로 10.2% 떨어졌다.

송파구에서도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가 40억5700만원에서 37억2700만원으로 8.1% 하락했고, 잠실엘스 전용 84㎡는 33억원에서 31억원으로 6.1% 낮아졌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과 가락동 한신1 등에서도 5~7%대 하락거래가 확인됐다.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이러한 하락 거래는 최근 강화한 대출 규제와 고가 주택에 대한 금융 부담, 세제 변화에 따른 매물 출회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한 데다 향후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격 매수보다 가격 조정을 기다리는 관망세가 강해진 셈이다. 반면 매도자는 세금과 금융비용, 보유 부담 등을 고려해 호가를 낮추거나 가격을 양보하면서 거래를 성사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이번 거래의 특징은 하락 사례가 특정 지역이나 상품 유형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반포의 초고가 신축 아파트부터 개포·대치동의 중소형 아파트, 잠실의 대단지, 문정·가락동의 중저가 아파트까지 가격 조정이 폭넓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10% 이상 하락한 거래가 3건에 달한다는 점에서 일부 급매물에 대한 매수세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함 랩장은 "다만 일주일간 신고된 16건만으로 강남 3구 전체가 하락 추세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동일 면적이라도 층수와 향, 조망, 내부 수리 상태, 거래 당사자 간 특수관계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직전 거래 이후 경과 기간도 2일부터 228일까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시장 방향은 △하락 거래의 지속성과 △거래량이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매물 소진 이후 거래량이 회복된다면 최근 조정은 일시적인 가격 재조정에 그칠 수 있지만, 하락 거래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한다면 시장 전반의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