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돕던 印청년, AI로봇으로 식품공장 바꾼다
“식품공장도 이제 AI 로봇이 필수입니다.”

라자트 바게리아 셰프 로보틱스 대표(30·사진)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글로벌 푸드테크 기술 표준화 심포지엄’에 앞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식품공장에서 음식을 용기에 담고 조립하는 작업에 전체 노동력의 약 80%가 투입된다”며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대신하면 사람은 신메뉴 개발과 품질 관리 등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캐나다의 인도식 냉동 간편식 제조업체 셰프 봄베이는 셰프 로보틱스의 로봇을 도입한 뒤 생산성이 33% 개선됐다. 생산라인 인력 감소는 물론 식재료 과다 투입량도 88% 급감했다.

바게리아 대표가 2019년 설립한 셰프 로보틱스는 AI 로봇으로 식품 제조공정을 자동화하는 미국 기업이다. 카메라로 식재료를 인식한 뒤 로봇팔로 밥과 채소, 고기 등을 정량만큼 담아 간편식 등의 생산을 돕는다. 현재 생산량은 하루 60만명 분에 달한다.

◇17세 나이에 교육 비판 책 출간

인도 뉴델리 인근 파리다바드에서 태어난 바게리아 대표는 컨설턴트로 일한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파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등 여러 도시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스티브 잡스와 라이트 형제 등의 전기를 읽으며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를 꿈꿨다.

첫 도전은 책 집필이었다. 17세에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고등학교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What High School Didn't Teach Me)’를 출간했다. 문제의식은 첫 창업으로 이어졌다.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을 선보일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껴 같은 해 온라인 플랫폼 ‘카페모카’를 창업했다. 출시 한 달 만에 약 3만 페이지뷰를 달성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공과대학에서 경영학과 공학을 공부하며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14년 이 대학에서 열린 해커톤 대회 ‘펜앱스’에서 팀원의 시각장애인 할아버지를 돕기 위한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 눈앞의 사물을 인식해 시각장애인에게 음성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어 스타트업 서드아이를 창업했지만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기 어려워 2017년 매각했다. 2018년 로봇공학·머신러닝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또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학업 마치고 다시 창업전선으로

그가 다음으로 주목한 분야는 식품산업이었다. 처음에는 레스토랑용 조리 로봇을 개발해 대형 체인과 수백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로봇 한 대가 최대 90가지 식재료를 다뤄야 하는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다. 잎채소 하나 집어 올리는 것도 어려웠지만 고객들은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는 로봇을 원했다.

돌파구는 식품 제조공장이었다. 음료수와 과자 공장과 달리 간편식 공장은 여전히 사람의 손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 레스토랑에서는 로봇을 하루 약 4시간만 쓸 수 있지만 식품공장에서는 최대 16시간 가동할 수 있다. 곧바로 제품을 개발해 2024년 첫 모델을 공개했다. 핵심은 로봇 운영체제 ‘셰프OS(ChefOS)’다. 카메라가 식재료를 인식하면 로봇팔이 집어 정량만큼 용기에 담는다.

바게리아 대표는 “범용 휴머노이드가 셰프 로봇을 따라잡으려면 10~20년은 걸릴 것”이라며 “앞으로 레스토랑 등 다양한 상업용 주방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최진영 기자/사진=문경덕 기자 real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