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모델을 한곳에 모아 골라 쓰고, 실제 사용량만큼 요금을 내는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지금은 문서 작성에는 챗GPT, 코딩에는 클로드를 사용하고 싶다면 각각 월 구독료를 내야 한다. 특정 AI가 가끔 필요할 뿐인데 매달 고정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불편을 인지한 국내 통신사들이 관련 플랫폼 구축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AI 요금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골라 쓰고 한 번에 결제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KT다. KT가 지난달 30일 기업용으로 출시한 ‘토큰팩토리’는 GPT·클로드 등 여러 AI 모델을 한곳에서 골라 쓰고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결제하는 플랫폼이다. 초기 73개 모델을 제공하고 이달 글로벌 AI 유통 플랫폼 오픈라우터와 협력해 5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요금 기준은 AI가 정보를 처리하는 단위인 ‘토큰’이다. 이용자는 질문과 답변을 생성하는 데 사용한 토큰량에 따라 비용을 지급한다. 이진형 KT AX사업본부장은 “간단한 질문에도 가장 비싼 AI 모델을 사용하면 비용이 아깝다”며 “요약이나 번역 등 단순한 업무에는 저렴한 경량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기업에서는 업무에 따라 적합한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광고 문구 작성과 단순 문서 요약에는 저렴한 모델을, 복잡한 코딩과 추론에는 고성능 모델을 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불필요한 입력 내용을 줄이는 기술도 적용했다. 이 본부장은 “불필요한 입력 내용을 줄이고 업무에 적합한 저렴한 AI 모델을 자동으로 연결해 이용 비용을 최대 25%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종량제와 함께 이용 규모·약정 기간에 따라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약정형 요금제도 운영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서비스 기능을 고도화하고 내년 3월에는 개인과 개발자에게도 서비스를 개방할 예정이다.
◇ 통신사·빅테크도 토큰 경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도 이 시장에 참전을 예고했다. SK텔레콤은 AI 이용 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모델과 연산 인프라를 연결하는 ‘토큰 게이트웨이’ 사업 구상을 지난달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AI 모델 최적화 기업 옵트에이아이와 손잡고 AI 연산 비용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해외 통신사는 이미 토큰 요금제를 운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싱텔은 지난달 1일 기업용 ‘AI 토큰 서비스(TaaS)’를 출시했고, 중국 차이나텔레콤은 지난 5월 개발자를 대상으로 토큰 요금제를 선보였다. 오픈AI·앤트로픽·구글 등 빅테크 역시 월정액 구독과 별도로 AI 모델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통신사가 토큰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오랜 기간 축적한 과금·정산 역량이 있다. KT는 통신요금 산정에 활용하는 통화상세기록(CDR)에서 착안해 AI 모델별 사용량을 기록하는 ‘토큰상세기록(TDR)’ 체계를 구축했다. 기업은 여러 AI 모델 이용료를 통신요금과 함께 정산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통신사가 쌓아온 과금·정산 체계를 AI 서비스에도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