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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에 "자유를 원해!" 외친 황후…'엘리자벳' 실화일까 [김수영의 디깅메이트]
[김수영의 디깅메이트]
엘리자베트 이야기 다룬 뮤지컬 '엘리자벳'
초상화 이미지 판박이…자유 원했던 삶 서사로
머리카락 관리·자녀 교육권 최후통첩 등 실화
창작 넘버 '나는 나만의 것' 장면에도 의미 녹여
아들 루돌프 서사 다룬 '더 라스트 키스'도 주목
엘리자베트 이야기 다룬 뮤지컬 '엘리자벳'
초상화 이미지 판박이…자유 원했던 삶 서사로
머리카락 관리·자녀 교육권 최후통첩 등 실화
창작 넘버 '나는 나만의 것' 장면에도 의미 녹여
아들 루돌프 서사 다룬 '더 라스트 키스'도 주목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조차 불가능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자녀들도 마음대로 볼 수 없도록 통제했거든요. 이 서글픈 인생의 주인공은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 아말리에 오이게니입니다.
많은 이들이 요제프 1세의 배우자로서 제국의 황후가 된 엘리자베트의 모습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별 모양 장식을 단 초상으로 기억합니다. 뮤지컬에서 가장 상징적인 넘버로 꼽히는 '나는 나만의 것' 리프라이즈를 부를 때 극 중 엘리자벳이 입은 옷이기도 합니다. 이 장면에서 엘리자벳은 새장 속의 새처럼 사는 게 싫다며 "내 주인은 나야", "난 나를 지켜나갈 거야", "난 자유를 원해" 등의 가사를 내뱉죠.
그렇다면 뮤지컬 '엘리자벳'은 실제 엘리자베트의 삶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요? 작품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역사의 큰 줄기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당초 엘리자베트가 아닌, 그의 언니인 헬레네가 프란츠 요제프의 신붓감으로 계획되어 있었는데요. 뮤지컬에서도 이 부분이 잘 묘사돼 있습니다. 프란츠 요제프는 헬레네가 아닌 엘리자벳에게 반합니다. 실제로 엘리자베트는 외모가 빼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긴 머리카락을 관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등 유독 외형에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 역시 뮤지컬에 짧게나마 표현되어 있습니다. 나이가 든 이후로는 얼굴을 부채로 가리고 다녔다는 점도 드러납니다.
시어머니인 조피 대공비가 손주들의 양육을 맡아 갈등이 깊었다는 것도, 남편에게 아이들의 교육권과 자기 생활에 대한 결정권을 달라며 서면으로 최후통첩(1865년)을 했다는 것도 실화입니다. 특히 작품 속 의상은 당시 초상화와 아주 똑같아 보는 재미를 높입니다.
이 밖에 엘리자베트가 정신병원을 찾아갔다거나, 아들인 황태자 루돌프가 죽은 뒤 평생 검은 상복을 입고 다녔다는 것 역시 사실로 전해집니다. 무정부주의자인 루이지 루케니에 의해 암살당하는 역사도 그대로 뮤지컬에 담겼습니다. 다만 모든 이야기를 실화로 받아들이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프란츠 요제프가 외도했다는 것은 일부 증거가 남았지만, 엘리자벳에게 성병을 옮겼다는 뮤지컬 설정은 정황만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뮤지컬 '엘리자벳'이 실화를 꽤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엘리자베트가 습격당했을 당시, 몸을 꽉 옥죄고 있던 코르셋 때문에 이를 몰랐다가 100m쯤 걸어간 뒤에야 알았다는 이야기. 마치 그녀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려는 연출적 장치 같지만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그렇게 엘리자베트는 자신이 공격당한 줄도 모른 채 '죽음'의 품에 안깁니다.
이처럼 엘리자베트의 이야기는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긴 시간 사랑받고 있습니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뮤지컬은 한국에서도 무려 14년째 이어지고 있죠. 현재 여섯 번째 시즌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데요. 이번 시즌은 '올 뉴' 프로덕션으로 이전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해진 무대로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오는 15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공연합니다.
'엘리자벳'과 함께 뮤지컬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황태자 루돌프의 삶을 다룬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입니다. 이는 2012년 한국에서 '황태자 루돌프'라는 이름으로 초연해 2014년 재연, 2017년 '더 라스트 키스'로 제목을 바꿔 삼연했습니다. '알 수 없는 그곳으로', '너 하나만', '사랑이야' 등의 유려한 넘버가 아주 매력적인 작품으로 꼽히죠. 황태자 루돌프의 사랑과 죽음, 마이얼링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엘리자베트의 서사와 연계해서 보면 더욱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더 라스트 키스'는 10여년간 무대에 오르지 않고 있어 팬들의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음악·공연·영상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즐거움을 주는 시대. 숨은 이야기를 알면 더 보이고, 더 들립니다. 당신의 취향을 찾을 때까지 같이 깊게 파고드는 '디깅메이트'가 되어드리겠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