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투자라면서 지분 계속 늘려
향후 경영참여 땐 분쟁 가능성
주가 급등락으로 개미 피해 우려
호반그룹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재계와 자본시장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다른 업종의 기업이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한 상장회사의 최대주주가 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향후 호반그룹의 경영 참여 여부에 따라 한진칼 주가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업의 안정성 문제 등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호반 “경영 참여 의사 없다”
현행법상 단순투자 목적으로 최대주주에 오른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최대주주가 된 이후에도 단순투자 목적을 유지할지, 경영 참여로 전환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사실상 경영 참여가 예상되는데도 단순투자 목적을 유지하는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취득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는 일정 지분율과 최다 출자자 여부 등을 기준으로 하는 데 비해 자본시장법상 대량 보유 공시는 실제 투자 목적에 따라 구분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호반건설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은 상황이라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호반그룹은 지난 4일 한진칼 지분 20.69%를 확보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특수 관계인 포함 20.58%)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호반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는 상황으로, 단순투자 목적이라는 방침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며 “최대주주가 된다고 해서 바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가 당장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기보다 다음 세대의 경영권 확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한진칼 주가 4거래일간 55%↑
호반그룹의 최대주주 등극 가능성이 알려지고 조 회장이 추가 지분을 매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진칼 주가는 연일 뛰고 있다. 한진칼 주가는 5일 지난달 30일 종가 대비 55% 상승한 19만400원에 마감했다. 실제 경영권의 변화 없이 지분 경쟁 기대만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면 개인투자자의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평가 차익이 1조5000억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DS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호반그룹이 한진칼 주식에 투자한 원금은 8780억원이고, 현재 평가액은 2조3570억원에 달한다. 호반그룹은 과거 LS 지분을 4% 이상 확보했다가 전량 매각해 투자 차익을 실현한 적도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호반 입장에선 이 국면을 서둘러 정리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 “항공업 특수성 감안해야”
항공업의 특수성을 놓고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항공업은 안전관리와 정비, 국제 노선 운영, 대규모 항공기 투자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호반그룹이 향후 한진칼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의 한진칼 최대주주 등극을 단순한 지분 경쟁으로 보면 안 된다”며 “시장 혼란과 항공산업의 안정성 등 여러 사안을 감안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