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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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급 식재료로 꼽히는 화이트 트러플(흰 송로버섯) 가격이 폭염과 가뭄 때문에 치솟고 있다. 땅속에서 자라는 버섯마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럽 주요 산지에서는 수확량이 줄고 가격은 지난해보다 최대 30%나 뛰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 알바에서는 올해 화이트 트러플 수확이 예년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는 세계적인 화이트 트러플 산지다. 매년 10월이면 '트리폴라우(trifolau)'로 불리는 채취인들이 개를 데리고 숲을 누비며 땅속에 숨은 트러플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여름철 이어진 폭염과 가뭄으로 땅이 메마르면서 트러플을 발견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안토니오 데자코미 이탈리아 국립 트러플 연구센터장은 "7~8월 강수량 부족과 고온이 10월 생산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토양이 건조하고 단단해진 탓에 트러플 크기도 작아졌다. 어렵게 채취하더라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예년보다 짧아졌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공급이 줄어들자 가격이 뛰었다. 악셀 이베르티 알바 국제 화이트 트러플 박람회 위원장은 현지 시장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 상승했다고 밝혔다.

트러플 생산 감소는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인근 참나무 숲에서 트러플을 채취하는 페타르 알레비치는 올해 수확량이 평년보다 약 30%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수확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관광객을 대상으로 트러플 채취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크로아티아 루제르 보슈코비치 연구소의 균류학자 아르민 메시치에 따르면 현지에는 약 12종의 트러플이 자생한다.

이 가운데 가장 값비싼 화이트 트러플은 1㎏당 최대 4000유로(약 6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메시치는 가뭄과 고온이 트러플 생산량뿐 아니라 품질까지 떨어뜨리고 있다며 화이트 트러플이 자랄 수 있는 지역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러플은 나무뿌리와 공생하며 땅속에서 자라는 균류로, 서늘하고 습한 토양이 생육에 필수적이었다. 특히 화이트 트러플은 블랙 트러플과 달리 안정적인 대량 인공 재배 기술이 확립되지 않아 자연환경 변화에 더욱 취약했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가뭄이 길어질 때 숲에 물을 공급하는 관개 실험을 하고 있다. 나무를 심고 숲을 복원해 토양 온도를 낮추고 수분을 유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나무를 심는다고 곧바로 트러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 심은 나무가 트러플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더위와 건조한 환경에 잘 견디는 나무 품종과 토양 미생물의 역할도 살펴보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