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중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반기는 여론이 확산했지만 중국 정부는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신화통신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중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반기는 여론이 확산했지만 중국 정부는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신화통신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면서 미·중 관계를 지탱해온 외교적 균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반기면서도 미국 의회의 대중 강경 노선이 강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관세전쟁과 정상외교를 거치며 형성된 미·중 관계의 새로운 균형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중국에는 강경한 대중 견제 정책을 추진하는 미국 의회보다 직접적인 협상과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예측 가능한 상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간선거 참패에 중국이 긴장하는 까닭

4일 중국 현지 매체와 SNS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 이후 중국 SNS에는 트럼프의 정치적 몰락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중국 SNS 웨이보에선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트럼프 완패(特朗普惨败) 관련 해시태그 조회수가 7000만회를 넘어섰다.

팔로어 400만명을 보유한 한 웨이보 논평가는 "트럼프의 완패는 감정을 선동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중간선거는 미국의 내정"이라며 "중국은 양국 정상이 도출한 중요한 공동 인식을 충실히 이행하고 소통을 강화하며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합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을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 의회에 포진한 대중 강경파보다 직접 협상이 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민주당 압승에 시진핑의 셈법도 복잡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유지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지난 2년간 달라진 미·중 관계가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양국은 관세율이 세 자릿수까지 치솟는 무역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올 들어 정상회담과 협상을 거치면서 갈등을 관리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미국은 최근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와 대만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신중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140억달러(약 19조원) 규모 대만 무기 지원 계획을 보류한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다웨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연구센터 주임은 "미·중 관계의 전반적인 안정은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도 의회의 압박과 잡음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중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반기는 여론이 확산했지만 중국 정부는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AP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자 중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반기는 여론이 확산했지만 중국 정부는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AP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인 후시진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웨이보에 "현재 미·중 관계의 균형은 양국 간 힘겨루기의 결과"라며 "지난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국력을 점차 더 존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격화한다고 해서 중국을 압박할 새로운 수단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경계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미국 의회의 대중 강경파가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다. 미국 의회에는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통제를 강화하려는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제조장비와 중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고 미국 동맹국에도 동일한 수준의 통제를 요구하는 반도체 관련 법안(MATCH Act)이 거론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협상을 위해 의회의 강경한 대중 정책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중국과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 전망이다.

펑추청 베이징 후퉁리서치 창립 파트너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협상할 상당한 재량권을 유지하겠지만 중국에 대한 특정 약속을 이행할 능력은 더욱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협상의 범위는 좁아지는 대신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중 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왕후이야오 중국세계화센터(CCG) 창립자는 양국이 약 10년에 걸친 무역 갈등 끝에 서로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균형은 양국이 협력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일방적인 제재나 압박은 결국 양측 모두에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패배는 미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을 보여주지만 중국에는 반드시 유리한 결과만은 아니라서다. 오히려 시 주석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이 유지되는 것이 양국 관계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달 선전에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은 민주당의 의회 장악 이후에도 양국이 기존의 전략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