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비만이 당뇨 부르는 이유 찾았다…지방 속 '염증 스위치 ON'
특히, 복부 장기 사이에 쌓이는 내장지방은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 쉬운 곳으로 꼽히고, 내장지방의 만성 염증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을 비롯한 각종 대사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최성희·문준호 교수와 포스텍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 정지수·박은서 박사 공동 연구팀은 내장지방을 병들게 하는 원인에 대한 연구에 나섰고, 그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은 한국인 21명의 내장지방 조직을 분석해 '세포 지도'를 만들었다.
세포 하나하나에서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는지 읽어내는 '단일세포핵 RNA 분석' 기술로 약 8만6000개의 세포를 분석해 내장지방을 구성하는 세포들의 특성과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비만과 당뇨병이 진행될수록 지방조직의 염증 및 섬유화를 일으키는 'THBS1(트롬보스폰딘-1)'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내는 세포 집단이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 세포는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비만 환자에게서, 비만 환자보다 비만과 당뇨병을 함께 가진 환자에게서 더 많이 관찰됐다"면서 "체질량지수(BMI)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당화혈색소(HbA1c)가 높을수록 THBS1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THBS1이 정상 지방조직을 병들게 하는 과정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리 몸의 지방조직은 단순히 남는 에너지를 쌓아두는 창고가 아니다. 필요할 때 에너지를 공급하고, 혈당과 염증을 조절하는 데에도 관여한다"면서 "하지만 THBS1이 많아지면 지방조직에 있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자극받아 'TGF-β'라는 물질을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물질은 조직의 섬유화를 촉진하는 신호로 작용하고, 그 결과 지방조직에 콜라겐이 지나치게 쌓이면서 조직이 딱딱해지고 염증도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지방줄기세포가 새로운 지방세포로 자라는 과정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이미 만들어진 지방세포가 혈액 속 포도당을 흡수하고 인슐린 신호에 반응하는 능력도 떨어뜨렸다는 것.
쉽게 말해 지방이 에너지를 제대로 저장하고 혈당 조절에 기여하는 능력을 잃어갔다는 것인데, 연구팀은 이 같은 변화가 실제로 THBS1 때문에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포와 지방조직 배양 실험, 동물실험을 추가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 THBS1은 지방조직 속 면역세포(대식세포)를 자극해 섬유화를 일으키는 신호 물질인 'TGF-β'를 활성화했고, 그 결과 지방조직에 콜라겐이 쌓이고 염증이 늘었다"고 밝혔다.
또 "THBS1은 지방줄기세포가 건강한 지방세포로 자라나는 과정을 방해하고, 이미 만들어진 지방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하는 능력과 인슐린 신호 전달을 떨어뜨렸다"면서 "생쥐 실험에서는 내장지방에 THBS1을 늘리자 콜라겐이 쌓이고 염증성 면역세포가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THBS1이 단순히 비만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에 그치지 않고 지방조직의 기능 이상을 촉진하는 데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지방세포가 커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활성화되는 'YAP/TAZ' 신호가 THBS1 유전자를 직접 켜는 상위 조절자라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최성희 교수는 연합뉴스에 "같은 체중이라도 내장지방이 얼마나 건강한 상태인지에 따라 당뇨병 등 대사질환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인 환자 조직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