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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패러다임 바꾸는 CAR-T, 한국서도 보험 적용 확대돼야"
길리어드사이언스 세포부문 자회사 카이트파마
브라이언 히스, 도미니크 토넬리 부사장 인터뷰
브라이언 히스, 도미니크 토넬리 부사장 인터뷰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세포치료제 부문 자회사인 카이트파마에서 글로벌 의학부를 이끌고 있는 도미니크 토넬리 총괄부사장은 최근 기자를 만나 “CAR-T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암 환자의 완치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암을 공격하는 면역 T세포에 암만 좇는 항체를 단 CAR-T는 한차례 원샷 투여로 혈액암 완치 시대를 연 기술이다.
길리어드는 2017년 카이트를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CAR-T 치료제 ‘예스카타’를 확보했다. 이후 카이트는 길리어드의 세포치료제 사업부문을 전담하고 있다.
토넬리 총괄부사장은 브라이언 히스 글로벌사업부 총괄 수석부사장과 함께 국내 치료제 공급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국내에 감염병 치료제 등을 주로 공급하던 길리어드는 올해 6월 예스카타를 출시했다.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가 한가지 치료를 한 뒤 실패하면 쓸 수 있는 2차 치료제다. 아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값이 비싼 게 한계다. 올해 안에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이들을 통해 CAR-T 치료 기술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혁신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길리어드가 세포치료 전문기업인 카이트를 인수해 협력하고 있다.
"(토넬리 부사장) 세포 치료는 제조 공정과 기술적 특성상, 길리어드가 주력해 온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이나 간염 치료 분야와 사업 방식이 다르다. 카이트는 고유의 운영 방식을 유지하면서 길리어드의 글로벌 조직과 각국에 구축된 사업 기반을 활용하고 있다. 카이트는 의학부와 사업부 등 소규모 전담 조직을 두고 있다. 재무, 임상개발, 인허가, 치료제 가치 평가 및 접근성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길리어드의 지원을 받는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구축한 길리어드의 인프라는 카이트의 사업 기반인 셈이다."
"(히스 부사장) 전통 제약·바이오 기업에선 의학부, 영업·마케팅, 생산, 신약 연구개발 등 여러 부서가 환자와 떨어진 조직 차원에서 협력한다. 이런 방식은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반면 세포치료에선 의학부와 영업·마케팅 담당자뿐 아니라 환자별 치료 과정을 조율하는 담당자, 생산 담당자까지 환자와 가까운 곳에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길리어드와 카이트의 협업 구조는 이런 세포치료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길리어드와 카이트가 보유한 CAR-T 기술의 강점과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히스 부사장) CAR-T 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번 서로 다른 세포로 맞춤형 치료제를 제조해야 한다. 질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자에게 신속하고 안정적인 치료제 공급은 상당히 중요하다. 길리어드는 카이트가 세포 치료 특성에 맞춰 글로벌 통합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유럽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채취한 세포를 전달받아 치료제를 만든 뒤 다시 의료기관으로 공급하고 있다.
한국도 세포를 채취한 시점부터 제조를 마쳐 다시 환자에게 CAR-T를 치료하기까지 3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길리어드와 카이트는 이런 생산·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615여개 치료센터를 통해 25여개국에서 CAR-T 치료 접근성을 확보했다. 3만6500명 넘는 환자에게 치료제를 공급해 왔다. CAR-T 치료가 더 이상 초기 단계의 기술이 아니라 입증된 기술로 자리 잡았고 길리어드와 카이트가 협력해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넬리 부사장) 길리어드는 이미 C형간염 분야에서 완치를 목표로 치료제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세포 치료 기술을 통해서도 다양한 질환의 완치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카이트는 CAR-T 치료 분야에서 세 건의 무작위 배정 3상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한 유일한 기업이다. 앞으로도 다수의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새 CAR-T 치료제 임상시험도 포함됐다."
▶이번 방한에선 어떤 논의를 나눴나.
"(히스 부사장) 한국에선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하 DLBCL)의 3차 이상 치료에 CAR-T 치료를 사용할 수 있다. 1차 치료에 불응하거나 조기에 재발한 고위험 환자의 2차 치료는 접근성이 제한됐다. 한국이 CAR-T 치료에 필요한 역량과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도 2차 치료에 활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료진도 다소 안타까움을 느낄 것이라고 본다."
▶CAR-T를 보다 이른 치료 단계에서 사용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토넬리 부사장) DLBCL은 공격적인 림프종이지만, 환자의 60%는 항암화학요법과 면역요법을 기반으로 한 1차 치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다. 나머지 40%는 완치되지 못하고 재발한다. 과거엔 이런 환자가 2차 치료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고용량 항암화학요법 후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 것이었다. CAR-T 치료제와 기존 이식치료를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CAR-T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OS)이 개선됐다.
기존 표준 치료를 받은 그룹에선 상당수 환자가 항암화학요법이 잘 듣지 않아 자가조혈모세포이식까지 진행하지 못했다. 환자 절반 이상은 완전관해(CR)나 부분관해(PR)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처럼 기존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한 환자는 이식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질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3차 치료를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CAR-T 치료의 완치 가능성은 이식보다 크다. 3차보다 2차 치료에서 사용할 때 완치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에선 여전히 CAR-T 2차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됐다. 고위험 DLBCL 환자가 여전히 기존의 항암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히스 부사장) CAR-T 치료는 단 한 번의 투여로 완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환자가 주기적으로 내원해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일부 환자는 재발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장기간에 걸쳐 치료제를 반복 투여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에 맞춰 설계됐다. CAR-T는 단 한 번의 투여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기존 평가 방식으로는 혁신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이런 치료를 어떻게 시행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며, 환자에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CAR-T 치료를 더 많은 환자에게 활용하기 위해 카이트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토넬리 부사장) 기존 CAR-T 치료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AR-T 치료 후에도 질환이 진행되는 환자들을 위해 CD19와 CD20 두 가지 항원을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투여 용량을 줄여 안전성을 개선할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입원 기간을 며칠로 단축하거나 외래에서도 치료받도록 하는 게 목표다. 림프종을 중심으로 활용되는 CAR-T 치료를 다발골수종뿐 아니라 자가면역질환이나 고형암으로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R&D)도 진행하고 있다. 환자의 체내에서 직접 CAR-T 세포를 생성하는 인비보(in vivo) CAR-T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토넬리 부사장) CAR-T 치료는 질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 기술이다. 림프종과 다발골수종에서 시작해 자가면역질환과 고형암으로 연구개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질환에서 완치 가능성을 높일 잠재력이 있다. 새 치료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2035년에는 암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전망을 접한 적도 있다. 이를 위해 CAR-T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더 많은 환자의 완치에 기여하는 것이 사명이다. 한국은 세계적 선진국이자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나라다. 이런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의 우수한 보건의료체계 속에서 CAR-T 치료가 적절한 환자들에게 더 폭넓게 활용되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