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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황후' 한국판 '브리저튼'?…선입견 넘고 K-로판 새 역사 쓸까 [종합]
'재혼황후' 29억뷰 웹툰 IP 원작
서양풍 황실로 실사화
신민아·주지훈·이종석·이세영 호흡
공개 하루 앞당겨 3일 디즈니+ 첫선
서양풍 황실로 실사화
신민아·주지훈·이종석·이세영 호흡
공개 하루 앞당겨 3일 디즈니+ 첫선
3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디즈니+ '재혼황후'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조수원 감독과 배우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이 참석해 로맨스 판타지 실사화에 도전한 과정과 부담을 털어놨다.
'재혼황후'는 동대제국 황후 나비에가 도망 노예 라스타에게 빠진 황제 소비에슈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이를 수락하는 대신 서왕국 왕자 하인리와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올해 7월 기준 글로벌 누적 조회수 29억 7000만회를 기록한 동명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삼았다. 스튜디오N이 제작하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의 조수원 감독과 여지나·현충열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작품은 당초 예정했던 4일보다 하루 앞당긴 이날 공개된다. 조 감독은 "좀 떨리고 기대도 된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반응이 좋아서 기대감이 크다"며 "제일 궁금했던 지점은 세계에 방영됐을 때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것이었다. 많이 떨린다. 제작발표회 당일 오픈한다고 하니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세영도 "하루 빨리 볼 수 있어 긴장되고 여러분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재밌게, 예쁘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거들었다.
'재혼황후'의 출발점은 배우들에게도 낯설었다. 서양풍 황실에 한국 배우가 등장하는 설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시청자에게 납득시킬 것인지가 과제였다.
주지훈은 처음 작품을 접한 감각을 음식에 빗댔다. 그는 "생소했다. 이것을 과연 냄새도 맡아보고, 색도 보고, 입에 넣어도 되는 것인가 고민하다가 주변의 믿을 만한 분이 입에 넣어줬다"며 "아직 입에서 분석 중이고 음미 중"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국이라고 하면 익숙한데 수프라고 하면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라며 "제 입맛에 맞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건 제가 봐야 확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민아는 낯선 외형 안에 담긴 익숙한 감정에 주목했다. 그는 "원작보다 대본을 먼저 접했다. 새로운 형태의 대본이라 궁금했다. 어떻게 나올까 우려와 기대감도 있었다"며 "하려는 내용은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내용이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조화롭게 드라마화된다면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흥미진진하면서도 제가 맡은 황후 캐릭터가 이전에 안 보여드린 모습이라 그런 기대감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세영에게는 악역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기회였다. 그는 "한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악역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함께 작업했던 조 감독님과 언니, 오빠들이 캐스팅된 후였다. 너무 함께하고 싶었다. 라스타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현장에서도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돌아봤다.
조 감독은 네 배우를 직접 캐스팅했다. 그는 "되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이종석이 처음에 관심을 가져줬고 작품을 시작하는 데 용기를 줬다"며 "한 분 한 분 만나면서 이런 조합이 가능할까, 감당할 수 있을까 했다. 현장에서도 네 분이 잘 도와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 "다시는 이런 세계관 못 만날 듯"…황후 신민아의 무게
신민아는 "나비에는 동대제국의 황후로 당당하다. 황제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도 황후로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여성으로서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연기에서는 황후의 절제와 한 사람의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다. 그는 "황후라는 무게감과 감정 표현에 대해 많은 고민이 들었다. 다른 캐릭터들이나 제가 해온 작품에 비해 변화가 크게 보여서는 안 되지만, 한 여성으로서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그것을 선택하는 인간적인 나비에의 모습도 보여드려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황후와 인간 나비에 사이에서 그 선을 잘 타고 가야 많은 분이 응원하고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부담감으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드레스와 헤어스타일도 캐릭터를 만드는 요소였다. 신민아는 "저희가 만든 세계관이 분명했다. 드레스를 입고 헤어도 매번 바꾸면서 황후로서의 기품을 외적으로 많이 보여드려야 했다"며 "불편함과 부담스러움도 있었지만 진짜 새로운 모습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트 안에서 연기할 때 다시는 이런 세계관에서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재미가 있었다. 추억이 됐다"고 웃었다.
방대한 원작은 10부작 안에서 네 주인공의 관계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신민아는 "원작에는 많은 에피소드와 인물이 얽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는 10부작 안에서 네 명의 주인공 위주로 서사와 기승전결을 간략하고 재밌고 자극적인 요소 위주로 푼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또 "배신당하지만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나비에의 인간적인 모습 자체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황실 스캔들의 시작점에는 주지훈의 소비에슈가 있다. 외교와 정치에 능한 황제지만 새로운 사랑에 빠진 뒤 가장 가까운 이에게 주는 상처를 알아채지 못한다.
주지훈은 "동대제국의 황제로 다재다능하다. 외교, 정치, 사랑을 다 잘한다. 그런데 우리가 AI가 아니라 사람이니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면서 나비에의 마음에 큰 싱크홀이 발생한다"고 묘사했다.
이어 "바보처럼 그걸 몰라보는 인물이다. 좋게 얘기하면 아이 같은 사람"이라며 "순수하게 자기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면서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캐릭터"라고 규정했다.
고민은 황제라는 지위에서 비롯됐다. 실제 왕실을 연상시키는 공간과 예법이 더해질수록 후사를 얻으려는 소비에슈의 선택이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비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인 만큼 황제의 논리가 관계의 상처를 덮지 않도록 조절해야 했다.
주지훈은 "배경과 인물의 관계, 예절을 보면 왕실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소비에슈가 후궁을 들이고 후사를 보려고 하는 게 나빠 보이지만 실사로 보면 정당성이 생긴다. 왕을 위해 후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시점은 나비에의 시점이니 연기와 관계성에서 소비에슈의 정당성이 튀지 않게 하려는 디테일에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주인공이 '재혼황후'가 아니라 '재혼황제'라면 너무 말이 되지 않나. 후사를 봐야 하는 거니까"라면서도 "제 입장에서는 정당성이 있지만 그래도 관계에서 누군가는 더 상처를 받는다. 그런 관계성을 중심으로 그렸다"고 선을 그었다.
주지훈은 "관객분들이 개운하시다면, 경기도 안 좋고 날씨도 안 좋고 힘든데 저로 인해 심장이 뜨거워지시거나 삿대질하며 분노를 표출해 현생이 시원하다면 저는 배우로서 만족한다"며 "뒤로 갈수록 더 시원해지실 것"이라고 예고했다.
분노를 감당할 준비도 마쳤다고 했다. 그는 "어언 연예계 생활 20년이다. 수십만 건의 댓글을 보며 멘탈이 준비돼 있다"며 "작품만 재밌게 보신다면 마음껏 욕하셔도 좋다"고 덧붙였다.
◆ 새로 변하는 이종석 "사람 될 때 나체…한 달만 더 달라 했다"
이종석의 하인리는 판타지 설정을 직접 보여주는 인물이다. 서왕국의 제1 왕위 계승자인 그는 신비한 새 '퀸'의 모습으로 나비에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다정한 미소 뒤에는 정치적 통찰과 비밀을 숨기고 있다.
새는 CG로 구현했지만 배우의 모습과 동작을 반영했다. 이종석은 "제가 연기하는 특징적인 몸짓이 있으면 그것을 참고해서 새 작업을 하겠다고 했다"며 "제가 좀 새 상이긴 하다. 동일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새 머리도 갈색이다. 모양새나 몸짓까지 활용해서 새를 디자인할 때 애쓰셨다"고 귀띔했다.
다만 결과물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기 어려웠다. 그는 "새가 어떻게 나올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몰라서 항상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너무 귀여워해 주셔서 다행이다. 저보다는 새와 소통하는 신민아 선배가 어렵지 않았을까"라고 공을 돌렸다.
주변 인물들의 대사도 외모에 대한 부담을 키웠다. 이종석은 "하인리 캐릭터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묘사가 너무나 아팠고 부담이었다. 극 중에서도 눈을 마주치면 쓰러지고, 목소리가 듣기 좋다는 대사가 많다"며 "외적인 모습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그게 부담스러웠던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인물 특유의 여유와 능청스러움은 맥켄나 역의 최대훈과 함께 다듬었다. 맥켄나는 하인리의 비서이자 사촌으로, 파란 새로 변하는 능력을 지녔다.
이종석은 "여유와 능글맞음이 베이스가 되는 캐릭터라 그것을 살리려고 애를 많이 썼다"며 "원작과 차별점이라면 저와 짝꿍인 최대훈 선배의 캐릭터가 있다. 여유와 능글맞음, 귀여운 코미디를 대훈 선배님이 잘하시니까 옆에서 조언을 구하면서 촬영했다. 저희 비밀병기"라고 자신했다.
조 감독과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에 이어 다시 만났다. 이종석은 "감독님과 제 20대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 좋은 작품들을 함께했다. 제가 30대가 되니 '작품 같이 해야죠'라고 했다"며 "'재혼황후'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도 잘 알고 있던 작품이라 너무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인연을 전했다.
이어 "같이 해보자고 하셔서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용기를 내보자고 서로 다독이며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정말 생각이 없구나"…이세영이 만든 사랑스러운 '순수악'
이세영은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욕망하는 인물이다. 순수성이 꼭 있어야 하는 '순수악'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에슈와 라스타가 '순수 커플'이냐는 질문에 주지훈은 "결이 다르긴 하다"고 받아쳤다.
이세영이 꼽은 대표적인 대사는 나비에를 향한 "언니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다. 그는 "정말 생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반응했다.
자신을 '라스타는'이라고 부르는 3인칭 화법도 숙제였다. 이세영은 "원작 팬들도 여론이 좋다가도 안 좋고, 진짜 이상하다 싶은 이것을 어떻게 잘 살릴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촬영하는 내내 그 화법을 일부러 입에 붙이려고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도 "세영이는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시연해 웃음을 안겼다.
라스타가 미움만 받는 인물로 남지 않으려면 외적인 매력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세영은 "원작 속 라스타가 정말 욕먹을 언행과 행동을 하는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뭘까 생각했다. 얘는 새하얗고 아름답지 않았다면 정말 미움받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외모 관리를 했다. 그 어떤 작품보다 최선을 다했다"며 "'죽이고 싶은데 짠하기도 하고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신민아는 라이벌로 호흡을 맞춘 이세영을 향해 "똘똘하고 귀엽고 밝다. 라스타의 얄미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너무 잘해줬다"며 "나비에와 라스타의 관계가 중요해서 테이크를 많이 갔는데도 열심히 해줬다. 그 안에 얄미움도 있어서 신이 잘 나왔다"고 칭찬했다.
이세영은 "연기할 때는 조금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평상시 현장에서는 민아 언니를 비롯해 모든 분이 저를 예뻐해 주시고 반가워해 주셨다"면서도 "연기할 때는 외롭긴 했다. 자꾸 눈치를 보면 안 되는데, 오히려 더 뻔뻔하게 라스타처럼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 독일의 성, 체코의 정원…낯선 황실에 설득력 더할까
동대제국 황실은 독일 슐라이스하임 성에서, 나비에가 감정을 추스르고 하인리와 인연을 이어가는 정원은 체코 크로메리츠 정원에서 촬영했다. 체코 쿠트나호라의 거리에는 한글 간판을 단 상점들을 배치했다. 서양 건축과 한국어가 공존하는 독자적인 세계를 만든 것이다.
조 감독은 가장 중점을 둔 요소로 "공간"을 꼽았다. 그는 "인물들이 움직이는 공간이 진짜였으면 했다. 제작사에서 배려해 줘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 헌팅도 많이 다녔다"며 "독일의 성을 발견하고 '정말 괜찮네, 정말 재밌게 놀겠네'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공간별 색채에도 인물의 성격을 담았다. 나비에의 공간은 레드와 옐로 계열로 황후의 기품과 고독을, 소비에슈의 공간은 블루와 그린, 블랙 등으로 권위와 무게를 표현했다. 라스타의 장미방은 처음에는 파스텔톤이지만 욕망과 상처가 커질수록 색이 짙어지도록 설계했다.
데뷔작 '궁'에서 황태자를 연기했던 주지훈은 이번에도 가상의 왕실을 시청자에게 납득시켜야 했다. 그는 "세계관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눈으로 딱 보여주는 순간 설득력이 생기는 앵글을 만들려고 했다"고 짚었다.
대사와 어투에서도 접점을 찾았다. 주지훈은 "우리는 사극이라는 어투와 관계성이 있다. 실제 역사도 배워왔기 때문"이라며 "'그렇군', '그러하군'이 맞는 건지, 기본 대본은 있지만 이 신에 설득력이 생기게 하려고 많이 봤던 것들에서 접점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재혼황후'의 관건은 서양풍 황실의 외형과 한국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맞물리느냐다. 배신과 질투, 새로운 사랑이라는 익숙한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 변하는 왕자와 한국어로 대화하는 황실도 하나의 세계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지훈은 "전반적인 톤앤매너가 판타지다. 디즈니+라는 플랫폼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어릴 적 디즈니를 보면 꿈과 희망과 환상의 나라로 초대해 줬다. 아주 리얼한 개연성을 떠나 우리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작품을 해왔다. '재혼황후'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판타지를 마음껏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신민아는 "저희가 만든 세계관 안에서 저희는 쉽게 빠져서 연기했다. 우리가 만든 세계관에 오셔서 배우들의 매력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고 초대했다. 이종석 역시 "그 자체로 즐기시면 조금 낯설더라도 재밌을 것"이라며 "잘 준비했으니 재밌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인사를 건넸다.
총 10부작인 '재혼황후'는 3일 디즈니+에서 첫선을 보인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