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AFP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AFP
미국 기업들이 건설·정비 분야의 숙련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 채용을 늘리고 있다. 높은 임금을 앞세우는 데서 나아가 출산·육아 지원과 작업환경 개선으로 여성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건설 및 설치·수리 직종의 여성 비중은 약 4.4%로 10년 전 2.9%보다 높아졌다. 배관공과 목수, 자동차 정비사 등 남성이 주로 맡던 일에 여성들의 진출이 늘었다.

테네시주 내슈빌의 타워크레인 기사 새미 코세어트는 연봉 12만달러를 받는다. 하루 12시간씩 크레인에 올라 철근과 콘크리트를 옮긴다. 인문학 전문학사 학위를 받은 뒤 콜센터와 식당에서 일하다 건설업에 뛰어든 그는 크레인 경력이 10년 가까이 됐다.

기술 발전도 여성의 진출을 돕고 있다. 자동차 정비는 컴퓨터로 고장을 진단하고, 용접과 전기 작업도 체력만큼 판단력과 정밀함을 요구한다. 기술교육기관 유니버설테크니컬인스티튜트(UTI)의 케이티 유릭 취업지원 책임자는 여성의 세심함을 높이 평가해 채용하려는 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17개 캠퍼스를 둔 UTI의 여성 학생 비율은 8%로 5년 전의 네 배다. 사고 차량 수리와 도장 등 일부 분야에서는 19%에 이른다.

건설사들은 채용과 함께 인력 유지에도 힘을 쏟고 있다. 10년 전 7%였던 미국 건설사 모텐슨의 여성 숙련 근로자 비율은 최근 10%를 넘겼다. 회사는 2024년부터 출산한 여성 기술직 근로자에게 12주 유급휴가를 제공한다. 마야 에릭센 수석부사장은 업계에 여성 인력이 필요하다며 숙련 기술직은 인공지능(AI)이 확산해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대형 건설사 터너컨스트럭션은 유연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터너의 프로젝트 엔지니어 킴 가드너는 생후 5개월 아이를 포함해 세 자녀를 키우며 오전에는 현장, 오후에는 원격으로 일한다. 회사는 냉난방 시설과 수돗물을 갖춘 화장실,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휴게실 등 작업 환경 개선에도 나섰다.

안전 장비도 바뀌고 있다. 글로벌 건설사 스칸스카는 여성들이 몸에 맞지 않는 남성용 장비를 쓰지 않도록 장갑과 헬멧, 작업화를 지급한다. 워싱턴주와 일리노이주는 건설 현장에 수유 공간과 모유 보관용 냉장고, 유연한 휴식 시간 등을 제공하도록 하는 법을 도입했다.

차별과 괴롭힘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터너는 사건 신고 후 4시간 안에 고위 경영진이 전화회의를 열도록 했다. 최근 텍사스 현장에서는 여성을 비하하는 낙서가 발견됐다. 하청업체가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자 남성 약 12명으로 구성된 작업팀 전체를 교체했다.

사우스다코타주의 타일 작업반장 레베카 휴스테스는 “경력 20년에도 자신을 무시하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남성을 종종 만난다”고 했다. 다만 현장 문화는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칸스카의 아이샤 애덤스 문화·직원참여 담당 이사는 “채용한 사람들이 어떻게 계속 일하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