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예산안과 관련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담대한 투자와 재정지출 확대’를 강조했다. K자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새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며 역대 최대 증가율(12.8%) 예산안 편성의 당위성을 옹호했다.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며 민생일자리, 서민금융, 주거안정의 ‘3대 민생 프로젝트’ 본격 추진도 선언했다.

불평등·양극화에 적극 대처할 때라는 판단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뚜렷한 경기 호전 국면에서 사상 초유의 팽창예산을 편성한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국민이 누려야 할 삶의 수준과 국가의 미래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해 확장재정을 편성한다지만, 실패한 유럽의 과잉 복지 전철을 연상시킨다. 아직은 괜찮더라도 가파른 저출생·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한국 재정에 경고등이 들어온 지 오래다.

재정경제부 전망에 따르면 현행 사회복지 제도를 유지만 해도 국가채무비율은 2045년이면 97.4%로 100%에 육박한다. 2055년에는 126.3%로 디폴트 위기가 거론되는 프랑스(119%)를 웃돈다. 정부는 세수 풍년을 믿는 눈치지만 ‘2029년부터는 반도체발 추가세수가 끊길 것’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가 나온 게 바로 엊그제다.

재정 만능주의적 접근도 걱정이다. 대통령은 초유의 두 차례 추경, 확장적 재정의 결과 V자형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회복은 정부 재정보다 수출기업들의 공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얘기다. 미래대응기금도 수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으로 탄탄한 경제 발전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시행 중이거나 일반예산으로 하던 사업을 기금으로 막는 것이 수두룩하다. “미래대응기금사업의 94%가 2028년 이후에도 예산이 드는 다년도 사업”이라는 분석(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나올 정도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들어오는 세수를 내년 예산안에 쓰기보다 한국 경제 취약점 보완에 집중해야 한다. 20·30대 10명 중 7명이 경제·사회적 불만으로 한국에서도 프랑스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추가세수 유입이 종료된 후 재정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세제·연금개혁에 나서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