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텐텐라이’ 매장 앞에서 정지선 셰프가 고객들과 만나고 있다. FG 제공
28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텐텐라이’ 매장 앞에서 정지선 셰프가 고객들과 만나고 있다. FG 제공
지난달 28일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식당가에 1000여명에 달하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 식당가에서 이같이 수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백화점에 처음 들어선 1인 훠궈집 '텐텐라이'에 방문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평일 오전부터 줄을 선 것이다. 텐텐라이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정지선 셰프가 새롭게 선보인 중식 브랜드다. 개점 첫날 정 셰프가 직접 매장을 찾으면서 매장 안팎으로 그를 보려는 사람들이 붐빈 것으로 전해진다. 운영사인 외식기업 FG에 따르면 이날 개점 행사 내내 매장 앞에는 몇 겹으로 줄이 늘어섰다.

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정지선 셰프와 외식기업 FG가 공동 개발한 중식 브랜드 텐텐라이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최근 첫 문을 열었다. 최근 유명 디저트를 중심으로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여럿이 둘러앉아 먹던 중국식 훠궈를 혼자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식당에 관심이 쏠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텐텐라이는 중국식 훠궈에 한국식 샤브샤브를 접목한 메뉴를 앞세워 새로운 외식 수요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첫 매장으로 부산 택한 이유는

눈여겨볼 대목은 매장의 입지다. 유명 셰프를 앞세운 신규 외식 브랜드들이 서울 강남이나 성수동 등 화제성이 높은 상권을 우선 검토하는 것과 달리 텐텐라이는 부산 서면을 첫 출점지로 정했다. 서면은 부산 도시철도 1·2호선이 교차하는 교통 중심지이자 젊은 소비자와 직장인, 관광객이 모이는 부산의 대표 상권이다. 유동 인구가 많고 다양한 외식 브랜드가 밀집해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역시 다양한 식음료 브랜드가 경쟁하는 곳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따르면 올해 1~9월 2030세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늘었다. 부산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43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5.9% 증가했다.
텐텐라이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FG 제공
텐텐라이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FG 제공
이번 출점에는 롯데백화점의 2030세대 식음료(F&B) 바이어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유명 식당을 백화점에 입점시키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외식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브랜드를 직접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브랜드 개발과 운영은 FG가 맡고 정 셰프는 메뉴 구성에 참여해 자신의 중식 조리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했다. FG는 1인 샤브샤브 브랜드 '강호연파'를 비롯해 디저트 브랜드 '부창제과', 경양식 브랜드 '태평양돈까스' 등을 운영하는 외식기업이다. 여러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며 쌓은 FG의 노하우에 유명 셰프의 전문성을 결합한 셈이다.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수도권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지방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일반적인 출점 방식과는 다른 행보다. 서울의 주요 상권이 아닌 부산의 핵심 상권을 첫 시험대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출점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디라오와 경쟁…한국식 육수로 차별화

텐텐라이가 내세운 핵심 메뉴는 '1인 훠궈'다. 중국식 훠궈와 한국식 샤브샤브를 결합한 '샤브&훠궈'를 중심으로 혼자서도 부담 없이 중식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존 훠궈 전문점이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면 텐텐라이는 혼자 식사하는 소비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1인 가구 증가와 혼밥 문화 확산에 맞춰 훠궈를 일상적인 한 끼 식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육수에 변화를 줬다. 중국식 훠궈 특유의 맛을 강조하기보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재료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였다. 멸치담백, 얼큰미나리, 매콤버섯 등 한국식 식재료를 접목한 육수를 선보였다. 훠궈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정 셰프의 전문성을 살린 중식 요리도 함께 내놓았다. 마파두부밥과 마파두부면, 총유면, 마라샹궈 등이다. 훠궈뿐 아니라 다양한 중식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해 고객층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인 훠궈 브랜드 텐텐라이 메뉴. FG 제공
1인 훠궈 브랜드 텐텐라이 메뉴. FG 제공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중국 훠궈 브랜드 하이디라오와의 경쟁 구도로 향한다. 하이디라오가 중국식 훠궈와 특유의 고객 서비스로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았다면 텐텐라이는 한국인 입맛에 맞춘 육수와 1인 식사 메뉴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두 브랜드의 사업 모델에는 차이가 있다. 하이디라오가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외식 경험과 서비스를 강조한다면 텐텐라이는 혼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훠궈 수요를 직접 빼앗기보다는 훠궈를 혼자 먹는 새로운 소비 수요를 창출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텐텐라이는 정 셰프의 인지도가 신규 브랜드에 대한 초기 관심으로 이어진 만큼 향후 일반 고객의 방문과 재방문으로 이어질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셰프의 인지도 못지않게 메뉴의 경쟁력과 가격, 매장 운영의 안정성 등이 장기적인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