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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았다고 하시는데 다른 속셈이 있지 않았나요"
카뮈 원작의 대학로 연극 '전락'
이동휘·윤나무 주연의 1인극
친절과 위선의 경계 파고들어
이동휘·윤나무 주연의 1인극
친절과 위선의 경계 파고들어
지난 25일부터 서울 대학로티오엠에서 공연 중인 ‘전락’(사진)은 알베르 카뮈가 1956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무대에는 계단이 딸린 발판과 일렬로 연결된 의자, 벽에 걸린 옷만 있다. 등장인물은 자신이 고해판사라고 말하는 남자 한 명.
하지만 대사는 혼잣말이 아니다. 관객은 바에서 우연히 만난 손님이 돼 그의 고백을 듣는다. 남자의 이름은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 한때 파리에서 성공한 변호사였던 그는 사람들에게 선의를 베풀며 살았다. 남을 돕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사람들은 그런 그를 존경했다. 그 역시 자신의 모습을 흠뻑 사랑했다.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았던 그의 삶에 균열을 낸 것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웃음소리다. 누가 무엇 때문에 웃었는지 알 수 없는데도 그는 괴롭다. 착한 사람으로 살아온 자신을 비웃는 소리처럼 들려서다. 나는 정말 선량한 사람인가. 남에게 베푼 친절은 상대를 위한 것이었나, 존경받는 내 모습을 단지 즐기기 위한 것이었나. 시각장애인에게 우아한 몸짓으로 감사함을 표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야기를 듣는 관객은 처음에는 클라망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그의 고백이 쌓일수록 떠오르는 것은 자신의 과거 행동이다. ‘나 역시 칭찬을 기대하며 친절을 베푼 적이 있지 않았나’, ‘겉으로는 상대를 위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계산을 한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관객은 어느새 피고인석에 앉은 듯한 기분을 느낀다.
단출한 무대는 클라망스의 말에 온전히 집중하게 한다. 조명의 역할도 돋보인다. 웃음소리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양쪽 조명이 인물을 비추면 벽에 두 개의 그림자가 생긴다. 자신이 믿고 싶었던 모습과 그 믿음 뒤에 감춰진 모습을 양편에서 동시에 보여주는 듯하다. 그림자인 만큼 그 어느 쪽도 쉽게 떼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지난 27일 공연에선 이동휘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 무거운 고백을 늘어놓는 인물인데도 유쾌함을 놓치지 않았다. 관객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 철학적인 질문을 개인적으로 나누는 대화처럼 느끼도록 했다.
이 극은 손상규가 2022년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다. 이동휘와 윤나무가 클라망스 역을 번갈아 맡는다. 이동휘의 첫 번째 1인극이기도 하다. 공연은 12월 6일까지.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