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사진=신용현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사진=신용현 기자
도심을 빠져나가는 동안 실내는 조용했다. 출발할 때부터 전기모터가 차를 움직였다. 가속 페달을 더 깊게 밟아도 엔진이 언제 개입했는지 알아채기 어려웠다.

제네시스가 2015년 브랜드 출범 이후 11년 만에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놨다. 첫 주자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다. 넓은 실내와 뛰어난 정숙성으로 '국산 SUV 끝판왕'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높은 연료 소비량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 약점을 얼마나 덜어냈을까.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영상=신용현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영상=신용현 기자
지난달 26~27일 GV80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에서 경기 안산 시화나래휴게소를 오가는 등 총 179.9㎞를 달렸다. 도심 출퇴근길과 고속도로, 비포장도로를 두루 경험했다.

시승차는 2.5 2WD 5인승 모델이다. 19인치 휠을 비롯해 파퓰러 패키지, 후석 컴포트 패키지, 뱅앤올룹슨 사운드 패키지, 하이테크 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빌트인 캠 패키지 등을 더했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5% 기준 9560만원이다.
제네시스 GV 80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신용현 기자
제네시스 GV 80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신용현 기자
GV80 하이브리드는 2.5L 가솔린 터보 엔진에 두 개의 전기모터를 결합한 후륜구동 기반 하이브리드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352마력으로 기존 2.5 터보 가솔린 모델(304마력)보다 약 16% 높다. 최대토크는 54.0㎏f·m로 3.5 터보 모델과 같다. 새로 개발한 7단 변속기와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최초의 수냉식 배터리도 적용했다.

시승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11.6㎞/L(도심 11.7㎞/L, 고속도로 11.4㎞/L)다. 같은 2WD 19인치 가솔린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는 9.1~9.3㎞/L다. 도심 연비가 고속도로보다 높은 것은 모터 활용도가 큰 하이브리드의 특징이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영상=신용현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영상=신용현 기자
진가는 저속에서 드러난다. 제네시스는 출발 직후 약 30㎞/h까지는 주로 전기모터로 주행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실제 출퇴근길 도심에서도 전기모터만으로 달리는 구간이 많았고, 그만큼 실내는 조용했다. 기존 가솔린 GV80 역시 정숙성이 뛰어난 편이지만 엔진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전기 주행의 고요함은 차원이 달랐다.

전기모터 주행에서 엔진 주행으로 전환되는 순간에도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하이브리드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엔진이 언제 깨어났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스티어링 휠 뒤쪽 레버로 전기차처럼 회생제동 강도를 직접 조절할 수도 있다. 일반 주행에서는 2단계,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출퇴근길에서는 3단계가 편리했다.

고속도로에서는 하이브리드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힘이 넉넉했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시속 100㎞에서 재가속할 때 기존 2.5 터보 가솔린 모델보다 약 18% 빠르다.

공차중량은 2245㎏으로 같은 2WD 가솔린 모델보다 170㎏ 늘었지만, 압축과 인장 감쇠력을 따로 제어하는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로 이를 보완했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179.9km 주행 후 연비 화면. 사진=신용현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179.9km 주행 후 연비 화면. 사진=신용현 기자
연비 운전도 어렵지 않았다. 시속 80㎞대로 달리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자 엔진 회전수가 떨어지면서 전기모터 주행으로 전환됐다. 도심과 고속도로, 비포장도로를 섞어 179.9㎞를 주행한 결과 연비는 12.4㎞/L로 공인 복합연비를 웃돌았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스테이 모드 진입 후 유튜브 영상 재생. 사진=신용현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스테이 모드 진입 후 유튜브 영상 재생. 사진=신용현 기자
가족 단위 이용자에게 반가운 기능은 '스테이 모드'다. 엔진을 켜지 않고 고전압 배터리 전력으로 공조장치와 멀티미디어를 쓸 수 있다. 학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거나 캠핑장에서 머물 때 유용하다. 지하주차장에서 작동시켜 보니 화면에 사용 가능 시간 29분, 소비 전력 0.5㎾가 표시됐다. 차량 외부로 전력을 공급하는 V2L도 전기차와 같은 최대 3.6㎾를 지원한다.
제네시스 GV 80 하이브리드 '스테이 모드'. 사진=신용현 기자
제네시스 GV 80 하이브리드 '스테이 모드'. 사진=신용현 기자
GV80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5% 기준 7680만원부터다. GV80 가솔린 모델(6985만원)보다 695만원 높다. 연간 주행거리가 많을수록 차액을 빨리 메울 수 있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신형 스마트키. 사진=신용현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신형 스마트키. 사진=신용현 기자
하이브리드라고 힘을 양보하지 않았다. 4기통 엔진에 모터를 더해 한 단계 위인 6기통 3.5 터보와 같은 최대토크를 낸다. 연비를 끌어올리면서도 대형 SUV에 어울리는 가속 성능과 후륜구동 특유의 주행 감각은 그대로 지켰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사진=신용현 기자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 사진=신용현 기자
더 조용하게 출발하고, 더 힘차게 달리면서, 연료는 덜 쓴다. '국산 SUV 끝판왕'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모델이다.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난 덕에 이제 GV80 구매를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연비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되기 어려워졌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