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90 테크데이. 사진=제네시스.
GV90 테크데이. 사진=제네시스.
세계 최초로 앞뒤 문이 독립적으로 여닫히도록 한 자동차 문을 개발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업체가 아닌, 가구 박람회 등 온갖 산업 박람회를 다니면서 해법을 찾았다. 졸업 이후 펼쳐보지 않았던 대학교 기구학 교재까지 다시 꺼냈다고 했다. 제네시스 GV90 네오룬에 장착된 B필러가 없는 코치도어(양문형 문)에 세계 최초 장착된 '듀얼모션힌지' 개발 이야기다.

남진우 제네시스클로저 설계팀 파트장은 지난 27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제네시스 GV90 테크 데이'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스윙과 슬라이딩을 하나로 묶어 자동으로 문을 연 사례가 없었다"라며 "해답은 자동차 산업 밖에서 찾았다"고 귀띔했다.
GV90 테크데이. 사진=제네시스.
GV90 테크데이. 사진=제네시스.
B필러 없는 코치도어는 롤스로이스 등 다른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채택한 기술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기존 해법을 따르지 않았고 리어 도어를 바깥으로 슬라이딩한 뒤, 회전시키는 듀얼모션힌지 개발에 나섰다. 실내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앞뒤 문이 서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열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듀얼모션힌지는 2019년에 개발을 시작해 양산까지 6년이 걸렸다고 한다.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초정밀 부품인 리니어모션가이드를 네오룬 힌지에 적용해 70㎏에 달하는 문을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했다.
GV90 테크데이. 사진=제네시스.
GV90 테크데이. 사진=제네시스.
개발팀 내부에서는 다른 브랜드를 따라가기만 하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한다. 최동욱 제네시스클로저 설계팀 팀장은 "큰 도어를 안정적으로 열기 위해 슬라이드를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럭셔리 플래그십이라는 품격에 어울리지 않았다"며 "결국 쉬운 길을 선택하지 못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해 고생한 결과 네오룬 아치게이트가 나오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V90 월드프리미어에서 "우리 연구원들이 너무 수고가 많았다"며 "처음 시도하는 것에 다들 걱정이 많았지만, 이것을 해야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을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위한 별도의 기술도 개발했다. B필러가 없는 구조에서는 일반 자동차와 다른 잠금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도어 상단과 하단에 각각 잠금장치인 래치를 적용하고, 이를 동시에 해제하는 멀티 릴리즈 컨트롤러와 두 래치를 함께 당겨 잠그는 듀얼 신칭 소프트 클로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적용했다. 자동 개폐 과정에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는 레이더 센서에도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GV90 테크데이. 사진=제네시스.
GV90 테크데이. 사진=제네시스.
또 B필러를 없앤 만큼 강성의 균형에 신경을 썼다. 넓게 열린 도어의 개구부 둘레는 '히든 롤케이지' 구조로 하나의 고리처럼 단단하게 연결했다. A필러부터 루프까지 이어지는 골격 안에는 길이 2.5m의 고강도 스틸 튜브를 넣어 보강하고, 튜브와 필러가 만나는 부위에는 구조용 폼을 채워 결합 강성을 높였다. 도어에는 B필러 역할을 하는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을 적용하고 상·하단 래치 체결부를 보강해 도어가 닫혀 있는 동안 루프와 측면에 가해지는 하중을 차체로 전달하는 핵심 구조가 되도록 했다.

현대차그룹 연구소 자체 시험 기준 GV90 네오룬은 전복 사고를 가정했을 때, 지붕을 위에서 누르는 시험에서 14톤포스(tf) 이상의 하중을 견디는 천장 강도를 확보했다. 약 2t인 승용차 7대의 무게에 해당하는 힘이다. 제네시스 측은 "글로벌 양산차 가운데 최상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측면 충돌 시에는 도어 내부의 스틸 빔이 충격 에너지를 분산하고, 하단 래치와 맞물리는 스트라이커는 파손 없이 변형되도록 설계해 충돌 상황에서도 도어가 열리지 않게 잡아주도록 했다. 현대차그룹 연구소 자체 시험 기준 시속 60㎞로 달리는 차량이 측면 직각 충돌하는 시험에서 GV90 네오룬은 차체 측면이 밀려 들어온 이후 최소 320㎜의 탑승객 생존 공간을 확보했다고 한다.

세계 최초로 적용한 루프 에어백은 일반 에어백과 달리 천장 면을 따라 1400㎜에 달하는 거리에 걸쳐 0.08초 만에 전개된 뒤 고정돼야 하기 때문에, 제네시스는 스프링 하우징 구조의 와이어 가이드를 새롭게 개발해 에어백이 천장에 밀착된 상태로 빠르게 전개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검증 방식도 새로 마련했다. 차량이 약 90도만 기울어지는 기존 시험 방식 대신 실제 사고처럼 180도 이상 회전하는 새로운 전복 시험을 도입한다. 실차 40대 평가와 300회 이상의 에어백 단품 평가, 외부 기관의 검증까지 거쳐 신뢰성을 확보한다.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는 "장인이 오랜 시간 집중해 달항아리를 빚듯 GV90에는 수많은 개발진의 시간과 노력이 담겨 있다"며 "GV90는 혁신적인 기술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로 완성한 가장 현대적인 장인정신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영종도(인천)=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