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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인생
[아르떼 매거진 Vol.30] 에디터 레터
65년간 연기해온 배우 김혜자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까지
평생을 바쳐 헌신한 예술가의 삶
온 힘을 다해 산다는 것
65년간 연기해온 배우 김혜자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까지
평생을 바쳐 헌신한 예술가의 삶
온 힘을 다해 산다는 것
새 대본을 받을 때면 그는 늘 홀로 동굴에 들어갑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물음엔 이렇게 답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표현하는데, 어떻게 쉽게 할 수 있겠어요.” 지금도 힘을 아낄 줄 몰라 작품이 끝날 때마다 쓰러지고, 한참 뒤 다른 사람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누구도 다그치지 않고 자신에게만 엄격하던 세월, 스스로 ‘엄마로서 0점’이라 할 만큼 가족마저 뒤로 미뤘습니다. 그 시간이 쌓여 그는 배우들이 손꼽는 ‘꿈’이 되었습니다.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여전히 찬란하게>에서 그는 덤덤하게 말합니다. “시간이란 게 참 얄궂데. 하루하루는 지독시리도 안 가는데 10년, 20년은 금방 지나가더라.” 눈빛과 숨결, 대사 한 줄이 객석을 울립니다. 온 생을 건 연기가 어떤 힘을 지니는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공교롭게도 김혜자와 동갑내기인 거장이 11월 말 한국을 찾습니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입니다. 홀로 건반과 마주하는 길이지만, 그는 오랜 벗들과 음악으로 대화하며 80대 중반인 지금도 무대에 오릅니다. 평생 음악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온 노장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큰 위로입니다.
세상은 이들의 시간을 건너뛰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대표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마저 AI와 기술혁신을 화두로 꺼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고 쉽게 만들어지는 시대. 손끝의 떨림과 찰나의 표정으로, 읽고 익혀 몸으로 길어 올린 표현으로, 지독한 훈련 끝에 예술을 건네는 사람들이 그래서 더 귀합니다. 온 힘을 다해 살아내는 일만큼은 AI도 대신해줄 수 없으니까요.
이번 호에는 세계 최대의 미술 장터, 프리즈 런던과 아트바젤 파리의 현장도 담았습니다. 파리는 예상치 못한 시위로 페어를 일찍 닫았지만, 런던을 제치고 세계 미술의 수도를 되찾을 기세였습니다. 뉴욕과 상하이, 자카르타에서 날아온 소식도 함께 실었습니다. 2026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12월에는 축제 같은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조민선 아르떼 매거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