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닮은 신입 왔다" 좋아했더니…회사 발칵 뒤집힌 이유 [리멤버 오피스워]
"우와! 우리 팀 복지 생겼다."

무려 배우 박보검을 닮은 신입사원이 들어오자 동료들은 일제히 반색했다. 일까지 척척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수의 기대가 꺾이는 데는 한두 달이면 충분했다. 업무를 맡기면 구글 인공지능(AI) '제미나이'의 답변을 결과물로 내놨다. 7년 차 선배인 A씨는 "'이럴 거면 제미나이한테 시키지 너한테 시키겠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고 털어놨다.

AI로 척척 해내던 신입…이유 묻자 말문 막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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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경닷컴이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 설문조사 결과와 복수의 커뮤니티 게시글을 종합한 결과 최근 AI로 업무를 수행하는 직장인들 경험담과 이를 둘러싼 선후배 간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I의 경우 반복해서 질문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A씨 사례처럼 AI가 낸 답변만 가져오는 후배 탓에 "답답하다"는 호소도 적지 않다.

프로젝트 관리 업무를 하는 B씨도 처음엔 신입을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시장조사와 보고서 작성이 빨랐고 신입답지 않은 통찰도 보였던 것. 하지만 "이 부분은 왜 이렇게 정리한 거냐"고 묻자 신입은 입을 열지 못했다. 메신저로는 답변을 잘하던 후배가 구두 질문을 받으면 결론의 근거나 수정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하면서 오히려 일이 지연될 정도였다.

B씨는 "숙제 답안은 들고 왔는데 풀이 과정은 모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의 사연을 접한 다른 직장인들 사이에선 신입에게 근거를 더 분석하도록 지도하고 팀 차원에서 AI 활용 기준을 정해줘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사수보다 편해요"…눈치 안 보고 AI에 질문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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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품기획자(MD) C씨의 생각은 다르다. C씨는 우연히 "선배(C씨)보다 AI가 더 잘 가르쳐준다"는 팀 후배의 하소연을 듣게 됐다. 후배의 질문이 뜸해진 이유를 그제서야 눈치 챈 C씨는 "제가 그렇게 못 알려줬는지 자기반성이 된다"고 털어놨다.

"사수 없이 입사한 신입으로선 AI가 업무를 배우는 유일한 창구였다"고 말하는 이들도 꽤 있다. 바이오·화장품·제약 분야 스타트업에 들어간 D씨는 사내 이공계 출신이 자신뿐이라 기술적인 상품 기획을 거의 혼자 맡았다. 그는 "기본 비즈니스 매너도 제대로 몰라 메일도 챗GPT에 검수받는다"면서 상황에 맞는 표현인지도 AI에 확인한다고 했다.

실제 AI 활용 이후 업무 시간과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응답은 저연차 직장인 사이에서 더 많았다. 리멤버 리서치가 IT·유통·금융·제조 분야 직장인 240명을 조사한 결과 사원·대리급 중 70%는 AI 활용으로 업무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과장·차장급은 56%, 부장급 이상은 51%였다. 업무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응답도 사원·대리급이 58%로 과장·차장급(44%), 부장급 이상(46%)보다많았다.

보고서 받기 전 설명부터…가르치는 방식 바꾼 선배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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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들이 업무에 AI를 쓰는 일이 늘면서 후배를 가르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완성된 결과물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의 맥락과 판단 과정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여러 신입을 교육한 E씨는 어느 순간부터 정답을 바로 알려주지 않게 됐다. 자료 정리 기준부터 저장·공유 방법까지 알려줘도 상황이 조금만 달라지면 같은 질문이 반복됐어서다. 그는 "가끔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대신 후배에게 무엇을 확인했는지, 왜 그렇게 처리하려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후배도 점차 자신의 판단 이유와 처리 방향을 먼저 설명하기 시작했다.

직장 내 적절한 AI 활용법을 익히는 일은 아직 순탄치 않다. AI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유튜브·뉴스레터 등을 꼽은 비율은 응답자 중 61%로 절반을 넘었다. 사내 교육은 16%뿐. 조직적 지원보단 개인이 알아서 배우고 터득해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다.

직무에 맞는 교육을 원하는 수요도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 22일 공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생성형 AI를 업무에 써본 국내 기업 재직자 1090명 중 조직에 바라는 지원으로 '직무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꼽은 응답은 45.2%에 달했다. 연구진은 AI 교육의 초점을 도구 사용법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질문 능력을 기르는 데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리멤버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더라도 결과물의 근거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과정은 필요하다"며 "회사는 업무에 맞는 AI 활용 기준과 교육을 제공하고,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데 들인 노력도 평가와 보상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