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이 29일 제주 엘리시안 제주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에서 환한 미소로 인사하고 있다. KLPGA 제공
이정은이 29일 제주 엘리시안 제주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에서 환한 미소로 인사하고 있다. KLPGA 제공
세계 여자골프 무대를 호령하던 ‘두 여제’가 화려한 타이틀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핫식스’ 이정은(30)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에 재도전하고, ‘남달라’ 박성현(33)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드순위전 예선부터 바닥을 다진다.

○미국서 꿈 이어가는 ‘핫식스’


29일 제주 엘리시안C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1라운드 현장에서 만난 이정은은 결연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마치는 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LPGA 투어 Q 시리즈를 준비할 계획”이라며 “아직 미국 무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많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정은은 KLPGA 투어 사상 첫 6관왕(2017년)을 달성한 뒤 2018년 Q 시리즈 수석 합격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데뷔 첫해인 2019년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하고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다.

하지만 이듬해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목을 잡았다. 투어 파행과 코치 부재 속에 훈련 루틴이 무너지며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2021년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 이후 반등하지 못한 그는 지난 시즌 시드를 잃었고, Q 시리즈에서도 공동 45위에 그쳐 2부(엡손 투어)로 밀려났다.

올 한 해 2부 투어의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절치부심한 이정은은 다시 LPGA 투어의 문을 두드린다. 그는 “지난해 겪어본 코스라 감각이 나쁘지 않다”며 “컨디션 관리와 쇼트게임에 집중해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근차근 부활 꿈꾸는 ‘남달라’

박성현이 지난 4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G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박성현이 지난 4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G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남달라’ 박성현의 도전도 계속된다.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가 2027년 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예선’ 참가라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박성현은 지난 27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국내 시드전을 준비 중”이라며 “결과가 어찌 되든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고 했다. 내년도 KLPGA 투어 출전권이 걸린 시드순위전 예선은 다음달 3일부터 나흘간 전남 무안CC에서 열린다.

KLPGA 투어 통산 10승을 거둔 박성현은 2017년 LPGA 투어 진출 첫해부터 무대를 평정했다. US여자오픈(2017년)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2018년) 등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통산 7승을 수확하며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2019년부터 이어진 어깨와 허리 등 고질적인 부상이 그의 스윙을 갉아먹었다. 긴 부진 끝에 지난해 LPGA 투어 시드를 잃고, 올 시즌 이정은과 함께 엡손 투어에서 뛸 수밖에 없었다.

세계 정상을 밟은 선수가 시드전, 그것도 본선 직행이 아니라 예선부터 참가하는 것은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수반한다. 자칫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그간 쌓아온 화려한 커리어에 생채기가 날 수 있어서다. 박성현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 측은 “선수 본인의 부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시드전 통과를 위해 현재 맹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주=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