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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손배소, 소액주주 패소…"합병 목적·비율·절차 위법 없어"
옛 삼성물산 주주들 손배소 1심 패소
법원 "지배력 강화만을 위한 합병 아냐"
이사들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도 불인정
법원 "지배력 강화만을 위한 합병 아냐"
이사들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도 불인정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이날 심모씨 등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삼성물산과 이 회장, 옛 삼성물산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소송은 2015년 제일모직이 옛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제일모직은 존속법인으로 남고 옛 삼성물산은 소멸했다. 합병 이후 제일모직은 상호를 삼성물산으로 바꿨다.
주주들은 합병이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주된 목적으로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인 1 대 0.3500885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현저하게 불리했고,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과정에도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합병 목적·비율 위법 없어”
재판부는 합병의 목적과 비율, 절차 모두에서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옛 삼성물산이 사업과 경영의 안정화, 자산가치 제고, 재무구조 개선, 성장동력 확보 등을 고려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봤다.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만을 위한 합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합병비율도 자본시장법령에 따라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쳐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했거나 법령상 금지된 행위가 개입됐다는 특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자산규모나 자산가치와 비율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절차상 위법성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옛 삼성물산 이사들이 형식적으로 합병을 승인했다거나 국민연금이 부당한 지시를 받아 합병에 찬성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사 의무 위반·공동책임 부정
이사들이 합병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승인해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 역시 배척됐다. 재판부는 이사들이 회사의 재정상황과 경영상 어려움, 합병시점과 비율의 적절성, 합병으로 얻을 이익 등을 충분히 검토했다고 봤다. 회사의 경영상 이익을 위해 합병을 승인한 것으로, 이해상충이나 선관주의의무·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합병비율이 두 회사 주주를 차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주평등원칙을 서로 다른 회사의 주주 사이까지 확대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주평등원칙은 주주가 자신이 투자한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보유 주식 수에 비례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옛 삼성물산 이사들의 위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만큼, 이들의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는 전제에서 제기된 삼성물산과 이 회장의 공동불법행위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이 회장은 합병 과정의 부정거래·시세조종·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번 민사재판에서도 합병의 위법성과 이사들의 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