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사진=프루브 제공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사진=프루브 제공
“저희는 절대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공정함과 투명함을 바랍니다.”

27일 서울 역삼동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사진)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8년간 운영해 온 루센트블록은 정부의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생소했던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결실을 봐야 할 올 2월, 루센트블록은 금융위원회의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문턱에서 탈락했다. 금융당국이 장외거래소 사업자를 최대 두 곳으로 제한하면서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가 참여한 컨소시엄만 예비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개척한 시장을 대형 거래소들이 차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 대표는 이날 30분 넘게 금융위원회 회의록과 관련 법령을 짚으며 인가 절차에 의문을 제기했다. 루센트블록의 탈락 원인이 된 금융위의 ‘사업자 수 2곳 제한’ 결정이 정식 의결 없이 보고만으로 처리됐다는 게 허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사업자 수 제한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확정했는지 설명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와 비교할 때 충분한 시장 분석도 없이 경쟁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경쟁 방식을 사전에 공개했고 기존 사업자에게 가점도 부여했다는 입장이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뒤 이듬해 소유를 출시해 이용자 50만 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이후 신규 거래가 중단됐다.

이 문제는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했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샌드박스 제도의 실효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추가 인가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잇따른 관심에도 루센트블록의 사업 재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허 대표는 이미 선정된 사업자의 인가를 취소해 달라는 게 아니라고 했다.그는 “시장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 선택받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정식 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 근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권리는 있지만 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물론 루센트블록의 기존 활동이 정식 거래소 인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마련한 제도 안에서 수년 간 사업을 실증한 기업이 납득하지 못하며 제기한 절차적 문제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혁신을 강조하는 정부가 정작 혁신기업에 내놓을 답이 기약 없는 기다림뿐이라면, 다음 도전자는 정부의 약속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