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 한 달을 맞으면서 청와대와 내각 간 정책의 무게추가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기 경제팀에서 청와대에 쏠렸던 경제정책 무게 중심이 내각으로 이동하면서다. 큰 틀의 국정 방향은 청와대가, 디테일은 내각이 맡는 역할 분담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관측이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취임 뒤 매주 휴일마다 관계부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 및 각 수석 등과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 부총리가 신설한 경제현안간담회는 부처 간 이견이 첨예하고 파급력이 큰 사안에 대해 이슈별로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다.

이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기존 회의체가 각 부처별로 이미 결정한 안건을 형식적으로 논의하는 데 아쉬움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별 안건을 결정하기 전 미리 모여 쟁점을 공유하고 조정하는 것이 부총리의 역할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네 차례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는 전기차 산업 정책방향, 퇴직연금제도 개선 방안, 민생물가 관리 방안, 국내생산세액공제 보완 방안 등이 논의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각 간담회에서 논의된 정책은 조만간 차례차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1기 경제팀에서 그립이 강했던 청와대가 달라진 것도 이유로 분석된다. 경제정책 어젠다를 주도했던 김용범 전 정책실장과 달리 하준경 정책실장은 제기된 의견을 먼저 듣고 정리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실장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주거·일자리·서민금융 등 3대 사회 정책을 중점적으로 챙기고 있다.

옛 기획재정부가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뉘면서 예산 기능을 잃은 재경부가 주요 경제정책 의사결정에서 리더십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우리가 가진 수단(세제·국고·외환 등)에만 집중해 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다른 정책 툴을 가진 각 부처와 대화하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재경부에 직접 권한이 없는 부분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기 경제팀의 인연도 주목된다. 행정고시 36회인 이 부총리는 옛 기재부 경제정책국 자금시장·경제분석·종합정책과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실력파다. 이 부총리 전임 종합정책과장은 행시 동기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고, 김 장관 직전 종합정책과장이 행시 35회인 이억원 금융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이 종합정책과장을 맡았을 때 김 장관은 경제분석과장, 이 부총리는 자금시장과장으로 세 사람이 같은 시기 경제정책국에서 일하며 호흡을 맞췄다.

예산처 출신의 임기근 국무조정실장도 이 부총리와 행시 동기다. 금융위 출신으로 이달 재경부 1차관에 오른 권대영 1차관은 임광현 청와대 비서실장, 문신학 청와대 경제성장수석과 행시 38회 동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손발을 맞췄던 관료들이 경제팀에 두루 포진해 정책 조율이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경부가 이달 국고채 발행물량을 당초 계획 대비 5조원 줄인 것은 정책 조율의 성과 중 하나라는 평가다. 고공행진하는 국고채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올해 63조원 규모의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국고채 발행물량을 축소한 것이다. 당초 초과 세수 활용 방안을 놓고 재경부와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측은 국고채 발행물량 축소에, 예산처와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 측은 미래대응기금 적립에 더 무게를 뒀지만, 국고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