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동전선에 새로운 쟁점이 떠올랐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257만여주를 MBK 측이 일정 가격에 사들일 수 있도록 한 콜옵션의 구체적인 조건이 확인되면서다. 최근 주가와 옵션 가격의 격차가 큰 만큼 실제 권리 행사 여부에 따라 영풍의 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법조계와 자본시장 등에 따르면 영풍과 MBK 측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2024년 9월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착수하면서 경영협력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257만91주를 대상으로 하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가격은 주당 70만원에 연 5%의 이자를 더하는 방식이다. 옵션 행사의 기준이 되는 시점은 공개매수가 끝난 뒤 2년이 되는 날과 영풍·MBK 측 추천 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는 날 가운데 먼저 도래하는 때로 정해졌다.

영풍과 MBK가 현재까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계약상 시간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개매수가 끝난 지 2년이 지난 올해 10월 17일이 기준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MBK는 콜옵션을 아직 행사하지 않았으며 고려아연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에는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풍 측 제출 자료에 따르면 MBK는 콜옵션 행사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개월 안에 한 차례 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옵션 대상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신규주주 또는 신규주주가 지정한 제3의 매수인에게 매도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별도 계약이나 합의로 조건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이 3개월 동안 실제 권리가 어떻게 행사될지가 핵심 변수가 되는 셈.

옵션 가격과 시장가격을 단순 비교하면 높은 주가 구간에서 권리가 행사될수록 영풍이 시장에서 직접 처분했을 때보다 받는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가산이자를 제외하면 격차가 최대 수천억원 수준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계약에는 당사자 간 별도 합의를 허용하는 조항도 있다. 영풍 측이 제출한 자료에는 "당사자들이 별도로 합의하는 경우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정한 날"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따라서 기존 계약 외에 추가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계약 조건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면 공시 문제도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 공개된 문건의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콜옵션 자체보다 더 민감한 쟁점은 계약을 맺은 시점의 판단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MBK가 아직 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배임 논의를 끝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배임죄는 회사 재산이 실제로 줄어든 뒤에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기존 판례상 회사에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구체적 위험이 만들어졌다면 그 단계에서도 법적 책임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것.

따라서 향후 쟁점은 MBK의 콜옵션 행사 여부 자체뿐 아니라 영풍이 해당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회사에 불리한 재산상 위험을 발생시켰는지에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사들이 회사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했는지가 배임 여부를 가르는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