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 사진=한경DB
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 사진=한경DB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한국 '빅 딜'을 싹쓸이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뜨거웠던 일본 인수합병(M&A) 시장의 열기를 한국이 이어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집계한 2026년 3분기 누적 리그테이블(발표 기준)에 따르면, 거래규모가 5000억원 이상인 국내 기업의 바이아웃 딜(경영권 거래)에서 글로벌 PEF가 토종 PEF 대비 우위를 점하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EF가 인수자인 거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거래액 대비 해외 PEF가 차지하는 비중은 78.1%에 달했다. 3분기에만 SK호라이즌(KKR), 롯데렌탈(TPG), 공차(베인캐피탈) 등의 거래가 추가되며 토종 PEF와의 격차를 벌렸다. 국내 PEF의 비중은 상반기 19.7%에서 3분기 21.9%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부 운용사를 제외하곤 여전히 '개점 휴업' 상태가 이어졌다. IMM인베스트먼트·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이 SK호라이즌 소수지분 인수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글로벌 PEF 독주 현상'을 놓고 "한국이 아시아 투자 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승계 문제, 기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 등 일본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호재들이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자금의 한국 유입 배경으로는 가장 먼저 '경영권 승계 이슈'가 꼽힌다. 한국은 최대 60%에 달하는 높은 상속·증여세율로 인해 베이비부머 세대 창업가들이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주기보다 매각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청호나이스 등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PEF에 인수된 것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그룹사의 비핵심 자산 매각 및 포트폴리오 재편 움직임도 글로벌 PEF에는 대형 기회로 작동하고 있다. 롯데·SK 등 주요 그룹사들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신재생 에너지 등 핵심 분야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자회사와 비핵심 사업부 매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톱 티어 PEF로 꼽히는 KKR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왔던 SK그룹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삼성그룹과도 거래 물꼬를 트며 대형 M&A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국 본토에 대한 투자 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한국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반기 원화 약세로 글로벌 PEF 입장에선 한국 기업들의 몸값이 크게 내려가는 '바겐 세일' 기회가 찾아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FT는 "최근 국내 일부 대형 운용사들이 구조조정 및 사법 리스크 등으로 주춤한 사이,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계 PEF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