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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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시장 예상과 달리 재선에 성공하면서 브라질 금융시장이 수십 년 만의 급락 사태를 겪었다. 친기업 정책을 내세운 야권 후보의 승리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가운데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 헤알화는 전날 거래 초반 미국 달러화 대비 약 12% 급락했다. 상파울루 증시도 15% 폭락했으며,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긴급 거래 중단 조치가 일시적으로 발동됐다.

장기 금리 선물시장에서 금리 상승에 대한 베팅이 급증했고 일부 브라질 국내 채권의 수익률은 15%를 넘어섰다. 이번 금융시장 충격은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의 재정적자와 정부 지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장 급락은 지난 2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데 따른 것이다. 81세인 룰라 대통령은 51.8%를 득표해 48.2%를 얻은 보우소나루 후보를 제쳤다.

올해 45세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현재 수감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로, 친기업 정책을 공약하며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고 이달 초 1차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은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와 정권교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브라질 자산을 매수해왔지만, 룰라 대통령의 승리로 그동안의 상승분이 모두 사라졌다.

헤알화는 장 초반 폭락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달러당 5.43헤알에 거래되며 지난 23일 종가 대비 8.4% 하락했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의 15% 하락 역시 1990년 이후 36년 만에 최악의 하루 성적이다.

시장에서는 브라질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통화와 주식뿐 아니라 채권시장으로도 확산하면서 81세 룰라 대통령이 정부 재정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라질 금융시장의 불안에는 높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룰라 정부가 세금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올해 브라질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GDP의 약 83%에 달하는 국가채무가 신흥국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이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재 기준금리는 13.75%에 달하며 두 자릿수 금리가 경제성장을 억제하고 가계의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보우소나루 후보가 집권할 경우 대규모 재정적자를 줄이고 이를 통해 높은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RBC블루베이의 그레이엄 스톡 선임 국채전략가는 "브라질 현지 시장에서 극적인 매도세가 나타났다"며 "이번 움직임은 매우 큰 규모이며 재정 조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도 "시장이 보우소나루의 승리를 점점 더 많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투자자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선거를 통해 브라질의 재정 건전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재정지출을 줄이기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노동조합 지도자 출신인 룰라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집권한 뒤 4년 전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했으며,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주말 대중교통 무료 이용과 개인 채무 탕감, 복지급여 인상 등 상당한 재정지출이 필요한 공약을 내놓았다.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공약이 유권자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선심성 지출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룰라 대통령이 기존 지출 확대 기조와 재정건전성 회복 요구 사이에서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할지가 브라질 금융시장 안정과 금리 하락 가능성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주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