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올 9월 자동차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49% 급감한 가운데 재규어 판매량은 99.7% 줄고 페라리·마세라티 등 초고급 수입차도 판매 부진에 빠졌다. 신화통신
중국의 올 9월 자동차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49% 급감한 가운데 재규어 판매량은 99.7% 줄고 페라리·마세라티 등 초고급 수입차도 판매 부진에 빠졌다. 신화통신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달 자동차 수입량이 1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급감하면서 두 달 연속 50% 안팎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재규어와 마세라티 등 전통적인 고급차 브랜드의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고급차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현지 생산과 전기차 개발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중국서 찬밥 신세 된 수입차

28일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분회(CPCA)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자동차 수입량은 2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전월보다도 6% 줄었다. 8월 수입량 역시 2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1% 급감했다. 올 1~9월 누적 수입량은 29만대로 20% 감소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수입량도 48만대로 전년보다 32% 줄었다. 중국의 자동차 수입량은 2014년 143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장기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차 판매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달 수입차 소매 판매량은 2만9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39% 감소했다. 올 1~9월 누적 판매량도 28만대로 32% 줄었다. 특히 영국 고급차 브랜드 재규어는 지난해 9월 1937대에서 올 9월 단 6대로 판매량이 99.7% 급감했다.

초고가 수입차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벤틀리와 페라리 등 7개 초고급 브랜드의 지난달 합산 판매량은 221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보다 49.4% 감소한 수치다.

마세라티는 17대로 79.5% 급감했고 람보르기니는 21대로 63.8% 줄었다. 페라리는 22대로 48.8% 감소했다. 벤틀리 역시 40% 줄어든 99대에 그쳤다. 7개 브랜드 가운데 월간 판매량이 100대를 넘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중국의 올 9월 자동차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49% 급감한 가운데 재규어 판매량은 99.7% 줄고 페라리·마세라티 등 초고급 수입차도 판매 부진에 빠졌다. 신화통신
중국의 올 9월 자동차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49% 급감한 가운데 재규어 판매량은 99.7% 줄고 페라리·마세라티 등 초고급 수입차도 판매 부진에 빠졌다. 신화통신
중국 정부의 고급차 소비세 강화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은 지난해 7월부터 초고급 자동차에 추가 소비세 10%를 부과하는 기준을 차량당 130만위안(약 2억5300만원)에서 90만위안으로 낮췄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소매가격 기준으로 약 1억9000만원 이상인 차량까지 과세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순수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도 새롭게 포함됐다.

페라리·람보르기니 줄줄이 추락

수입국별로는 일본과 독일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일본산 자동차 수입량은 7399대, 독일산은 7255대로 두 국가가 전체 수입량의 약 70%를 차지했다. 영국은 2488대, 슬로바키아는 1418대에 그쳤다.

추이둥수 CPCA 사무총장은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최근 수입차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일본산 자동차 수입 감소를 지목했다. 올 1~9월 일본산 자동차 수입량은 약 13만7000대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역별 변화도 눈에 띈다.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 청두, 선전 등 전통적인 고급차 소비 도시에서 판매가 부진했다. 지난달 광저우의 고급차 판매량은 46% 감소했고 난징과 정저우, 청두, 항저우도 40% 이상 줄었다. 반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아커쑤와 커라마이 등 일부 서부 지역에서는 판매가 증가했다.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의 고급차 시장 진출도 수입차에 부담을 주고 있다. 니오의 올 7월 평균 차량 판매가격은 43만위안을 웃돌았다. 리오토와 지커, 비야디(BYD)의 고급 브랜드 양왕도 30만~100만위안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고급차 브랜드의 주력 차종과 직접 경쟁하는 가격대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현지 생산과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BMW는 차세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의 중국형 롱휠베이스 모델을 선양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함께 상하이에 기술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자율주행과 스마트 운전석 기술 개발에 나섰다. 재규어랜드로버도 중국 체리자동차와 협력해 전동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수입차 시장의 위축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현지화 전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성장과 글로벌 브랜드의 현지 생산 확대가 맞물리면서 수입차 시장의 장기적인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