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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 대출, 담보 대신 토큰 사용량 본다"…中 선전의 금융 실험 [차이나 워치]
AI 토큰이 신용평가 기준으로
대출 심사 기준 바꾸는 중국 은행들
대출 심사 기준 바꾸는 중국 은행들
중국 정부가 AI와 첨단 제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면서 금융 지원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대신 AI에 돈 푼다
27일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인민은행 선전시 분행은 최근 현지 은행들이 AI 산업에 특화한 새로운 대출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상품이 컴퓨팅 자원 대출인 쏸리다이, 토큰 대출인 츠위안다이, 컴퓨팅 자원 임대 대출인 쏸리쭈린다이다.핵심은 대출 심사 기준의 변화다. 기존 은행들은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부동산이나 설비 등 담보자산과 보증 능력을 중시했다. 하지만 AI 기업들은 유형자산이 부족하고 기술 개발부터 수익 창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선전의 은행들은 이런 특성을 고려해 AI 모델이 처리하는 데이터 단위인 토큰의 사용량 등 산업 데이터를 대출 한도 산정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담보자산이 부족한 스타트업도 컴퓨팅 서비스 계약과 토큰 사용량 등 사업 데이터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싱크탱크 로듐그룹은 중국 AI 산업의 투자 확대에 금융 조달이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금융 지원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 9월 말 기준 선전의 정보전송·소프트웨어·정보기술 서비스업 중장기 대출 잔액은 연초보다 1000억위안(약 19조86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선전 전체 중장기 대출 증가액의 30%를 웃도는 규모다.
컴퓨터와 통신장비 제조업, 전용·범용 설비 제조업, 전력·열 생산 및 공급업 등 컴퓨팅 인프라와 밀접한 4개 산업의 중장기 대출 잔액도 연초 대비 1000억위안 이상 늘었다. 지난달 말 제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보다 22.8%, 정보전송·소프트웨어·정보기술 서비스업은 68.8% 증가했다.
선전에선 올 1~3분기 성장 단계별 맞춤형 대출상품을 통해 약 1만2000개 기술기업이 300억위안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기술혁신·설비개조 재대출 정책을 통해 기술형 중소기업 400여곳을 지원했고 기술개조 사업 약 200개에 780억위안 이상의 대출이 공급됐다.
선전, 첨단산업 금융지원 확대
중국 정부도 정책금융을 동원해 첨단산업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 담보보완대출(PSL) 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PSL은 중앙은행이 정책은행에 장기 저리 자금을 공급해 국가 주요 사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기술혁신·설비개조 재대출 한도도 2000억위안 증액해 총 1조4000억위안으로 확대했다. 은행 대출에 대한 중앙은행의 재대출 지원 비율은 기존 60%에서 100%로 높였다.
지난 19일에는 인민은행과 과학기술부 등 관계 부처가 베이징·톈진·허베이와 창장삼각주,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등 3대 국제 과학기술 혁신 거점에 대한 금융 지원 지침을 발표했다.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민간 중소기업도 재대출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지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토큰 사용량만으로 기업의 상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금융 지원이 부동산 등 전통산업에서 AI와 첨단 제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