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응해 아프리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젊은 인구와 막대한 소비 잠재력을 겨냥해 완제품 수출에서 현지 공장 설립과 직접 생산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는 추세다. 신화통신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응해 아프리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젊은 인구와 막대한 소비 잠재력을 겨냥해 완제품 수출에서 현지 공장 설립과 직접 생산으로 사업 전략을 전환하는 추세다. 신화통신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를 빠르게 공략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젊은 인구와 막대한 소비 잠재력을 갖춘 아프리카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완제품을 수출하던 방식에서 현지 공장을 세우고 부품을 조립하거나 직접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도 바뀌고 있다. 아프리카 각국이 산업화와 수입 대체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 기업에 또 다른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프리카가 중국의 새 공장 된다"

27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올 9월 중국아프리카민간상회와 중국수리전력품질관리협회가 조직한 기업 시찰단이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가나 수도 아크라를 방문했다.

배터리 기업 쿤자오링즈의 궈이다 창업자는 "아프리카에 온 이유는 시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자동 균형 제어 기술을 개발한 이 회사는 현지 배터리 팩 조립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인공지능(AI) 연산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아프리카 시장의 최대 매력은 인구와 성장 잠재력이다. 54개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의 인구는 약 16억명에 달한다. 중위연령은 19.5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이다. 유엔은 아프리카 인구가 2050년 25억명, 2100년 38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17년 연속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액은 3480억5000만달러(약 462조원)로 전년보다 17.7% 증가했다. 올 1~9월에도 양측 교역액이 22.3% 늘었다. 지난해 중국과 미국의 교역액이 18.7%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은 최근 3년간 더욱 빨라졌다. 업계에선 2023년을 중국 기업 진출의 전환점으로 꼽고 있다. 과거에는 위험을 감수하는 중소 사업자가 주로 진출했지만 최근에는 대기업과 제조업체의 투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 상용차 업체 포톤자동차는 특장차 업체 카이리와 케냐 나이로비에 합작 조립공장을 구축했다. 중국에서 공급받은 1000종 이상의 부품과 자재를 현지에서 조립한다. 배관 부품 제조업체 산둥메이더그룹도 미국과 유럽 중심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고 아프리카 직접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자동차 기업들 진격

아프리카 각국의 산업화 정책도 중국 기업의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케냐는 2030년까지 신흥 공업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가나는 지난해 공장 가동시간을 늘리고 수출산업을 육성하는 24시간 경제 및 수출 가속화 계획을 시작했다.

현재 케냐와 가나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1%, 10.5%에 그친다. 두 나라는 농산물 가공과 태양광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의약품, 교통 인프라 등을 중국 기업과의 우선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도 지난 5월부터 수교한 아프리카 53개국에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며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태양광과 배터리, 전기차 등 중국의 주력 산업이 아프리카의 전력난 해소와 제조업 육성 수요에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다만 현지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아프리카 각국이 자국민 고용과 현지 조달 의무를 강화하면서 중국 기업의 규제 준수 비용이 커지고 있다. 잠비아는 올 1월부터 일부 보조 서비스를 현지 기업에만 허용하는 규정을 시행했다. 케냐와 콩고민주공화국도 현지화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도 걸림돌이다. 동아프리카 최대 항만인 케냐 몸바사항은 물동량 증가로 화물 처리 기간이 약 35일에서 50일로 길어졌다. 지난해 물동량은 4545만t으로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의 수요와 구매력은 막대한 건 사실이지만 다른 지역처럼 역시 현지 규제 준수가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