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가전 업계에 디자인과 기술 특허를 둘러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1인 가구 확산 등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데다 진입장벽도 높지 않아 새로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큰 것도 소송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 경쟁업체 줄줄이 법정행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5일 코웨이가 쿠쿠홈시스를 상대로 제기한 판매금지 청구를 기각했다. 코웨이는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코웨이는 지난달엔 해당 제품을 대상으로 기술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는 지난해 3월 쿠쿠홈시스의 ‘제로100 슬림 얼음정수기’가 자사 ‘아이콘 얼음정수기’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콘 얼음정수기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게 코웨이 측 주장이다.
소형가전 시장 커지자…곳곳서 디자인 소송
코웨이는 다른 경쟁사와도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2024년 8월엔 교원웰스의 ‘아이스원 얼음정수기’를 대상으로 디자인권 및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6월엔 청호나이스의 ‘서밋타워 공기청정기’를 대상으로도 디자인권 침해 금지 소송을 냈다.

음식물처리기 시장에서는 업계 1위 강소기업 앳홈과 밥솥시장 1위 업체인 쿠쿠전자가 맞붙었다. 쿠쿠전자가 2021년 음식물처리기 시장에 뛰어들자 앳홈이 디자인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지난 7일 쿠쿠전자의 ‘에코웨일’ 등록 디자인이 미닉스 ‘더 플렌더’ 디자인과 유사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앳홈은 쿠쿠전자를 상대로 디자인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벌이고 있다.

주방 가전업체인 휴롬은 블렌더 디자인과 기술 특허를 침해한 혐의를 받는 중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쿠빙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국내 기업 엔유씨전자와는 유럽통합특허법원(UPC)에서 특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휴롬은 UPC 만하임 지역부 1심에서 쿠빙스 착즙기의 특허 침해를 인정받았지만, 지난 8월 항소심에선 패소했다.

◇ 시장 장벽 낮아 경쟁 가열

디자인 분쟁이 잇따르는 주된 요인은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가전은 대형가전에 비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소형가전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도 경쟁을 부추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한국 소형가전 시장은 올해 43억1000만달러에서 2031년 50억3000만달러로 약 16.7% 증가한다.

소형가전은 상대적으로 브랜드보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방과 거실 등 눈에 잘 띄는 공간에 놓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음식물처리기와 같은 제품은 대형 가전에 비해 값이 비싸지 않아 고가 브랜드를 구입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가전에선 소비자가 특히 디자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시장이 커지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기업들도 크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