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이 최근 7만8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매물이 급증한 지난 3월 말 이후 7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서울 외곽에서 갈아타기용 매물이 늘어난 데다 세법 개정안 후속 절차가 속도를 내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해 전·월세 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이 고점?…갈아타기 ‘시도’

26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8261건이다. 매물이 7만8000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28일(7만8739건) 후 처음이다. 올해 최저점인 6월 8일(5만9248건)과 비교하면 32% 증가했다.
"설마 지금이 꼭대기?"…서울 집주인들 심상찮은 움직임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급감했다. 올해 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이 발표되자 일시적으로 늘었다. 3월 21일에는 올해 들어 최대인 8만 건을 기록했지만, 5월 9일 중과가 시행되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주택자에게 최고 70~80%에 달하는 양도세가 부과되면서 매도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부담이 커진 고가 아파트 시장에 서울 외곽의 갈아타기 매물까지 더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법 개정안이 발표된 8월 3일과 비교하면 송파구 매물은 6936건으로 36.0% 증가했다. 서초구(34.6%), 용산구(28.4%), 강남구(25.2%)에서도 매물이 꾸준히 늘었다.

최근에는 서울 외곽 지역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성북구 매물은 9월 말 대비 19.4% 늘어난 2293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동대문구(17.3%), 강동구(17.0%), 서대문구(15.2%), 영등포구(14.8%), 중랑구(14.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전문위원은 “서울 핵심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을 기회로 외곽 아파트를 처분하고 중심부로 진입하려는 1주택자의 갈아타기 매물이 늘었다”며 “집값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정부의 메시지도 매도 심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나눠 팔기’ 전략

업계에서는 앞으로 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법 개정 후속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 보유자의 매도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1일 시행령을 개정해 상생임대인 세제 혜택을 종료하고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한시화하는 등의 조치를 확정했다. 상생임대주택 특례는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유지한 임대인에게 양도세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위한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내년부터 특례가 사라져 기존 혜택을 받으려면 임대 종료 후 1년 이내, 늦어도 2029년 12월 31일까지 주택을 양도해야 한다.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가 등록이 말소된 아파트도 내년 12월 31일까지 매도해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와 법인세 추가 과세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염지훈 세무법인가현 대표세무사는 “같은 해 여러 채를 매도하면 누진세율이 적용된다”며 “다주택자는 연내 양도차익이 적은 외곽 주택부터 처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물이 늘고 있지만 거래는 부진하다. 이날 기준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426건으로, 올해 거래량이 가장 많은 5월(8987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실거주 의무로 매매가 이뤄질수록 임대차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격지수는 7월보다 0.30%, 전년 동월보다 11.31% 상승해 1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