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가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가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양궁화를 신고 처음 활을 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아마 모든 선수가 그랬을 거예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에서 2개의 금메달을 낚으며 활약한 이우석(29·코오롱엑스텐보이즈)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4 파리 올림픽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대한민국 양궁 선수단 전원이 세계 최초의 양궁화 ‘아처삭스’를 처음 신고 출전했던 대회였다.

이우석은 “제작이 완료된 게 대회 한 달 전이었다”며 “웬만하면 평소 훈련할 때 신던 것을 그대로 신었을 텐데, 모든 선수가 신자마자 ‘무조건 신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신발을 바꿔 신고 대회에 나갔다”고 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금메달 5개로 전 종목을 석권했다.
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가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코오롱스포츠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양궁화 '아처삭스2'를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가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코오롱스포츠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양궁화 '아처삭스2'를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올해 아시안게임에서도 양궁화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이우석은 밝혔다. 아처삭스를 개발한 코오롱스포츠는 대회 기간에 맞춰 신제품 ‘아처삭스2’를 내놨다. 이우석은 “양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신발의 중요성 자체를 알지 못했다”며 “이젠 다른 나라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구해 달라고 할 정도”라고 했다. 아처삭스는 현재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만 제한적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 양궁의 ‘숨은 병기’가 돼 수출도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력 크게 향상…타국 선수들 욕심내”

양궁 경기에서 선수가 신고 있는 신발은 축구나 농구에 비해 덜 주목받는다. 그러나 양궁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 신발이 중요한 종목이다. 날씨가 변화무쌍한 야외 공간에서 선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않고 활을 쏘기 위해선 발끝부터 안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왼쪽)와 이현기 코오롱스포츠 풋웨어 사업부 리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왼쪽)와 이현기 코오롱스포츠 풋웨어 사업부 리드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이우석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일본이 태풍 ‘수리개’의 영향권에 들어 바람이 유독 강하게 불었고, 선수들도 이 점을 가장 힘들어했다”며 “이런 환경에서도 몸이 덜 흔들리게 잡아주는 아처삭스가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양궁 선수는 몸의 중심이 발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발이 0.1㎜라도 흔들리면 몸 전체에 파장이 간다”며 “이를 조금만 잡아줘도 몸의 흔들림이 최소화되니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처삭스2는 이우석을 포함한 6명의 코오롱 엑스텐보이즈 소속 선수들이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세계 최초의 양궁화인 만큼 비교군이나 선행 모델이 없어 선수들의 피드백이 특히 중요했다. 완성되기 전 샘플을 신어보게 한 뒤 의견을 받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김우진, 김제덕 등 코오롱 소속 외 선수들의 피드백도 있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 산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풋웨어 사업부의 이현기 리드는 “맨땅에서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임해줘 도움이 됐고, 최우선 요소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이현기 코오롱스포츠 풋웨어 사업부 리드가 양궁화 '아처삭스2'의 밑창 돌기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이현기 코오롱스포츠 풋웨어 사업부 리드가 양궁화 '아처삭스2'의 밑창 돌기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2세대 아처삭스는 1세대의 틀(라스트)을 유지하면서도, 기능성을 한층 끌어올려 전문성을 높인 제품이다. 선수들이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착용하기에 최적의 구조를 치밀하게 연구했다. 이우석은 “아처삭스가 나오기 전까지 대부분의 선수가 최대한 평평한 신발을 신으려 반스 제품을 많이 선택했다”며 “하루 평균 10㎞ 걷기가 동반되는 훈련에서 시중에 나와 있던 제품은 장시간 착용하기에는 피로도가 상당했다”고 전했다.

코오롱스포츠는 러닝화 개발에 주로 쓰여 온 독일 지브리스(ZEBRIS)사의 보행 안정성 분석기를 활용해 쿠션감이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구조를 설계해 냈다. 이 리드는 “선수들이 활을 쏘기 전과 서 있을 때, 활을 쏠 때와 쏜 후까지 모든 단계에서의 족저압(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을 측정·분석한 결과 발바닥의 앞쪽과 양쪽 옆 부분에 가해지는 압력이 가장 높았다”면서 “앞부분 공간을 넉넉하게 잡으면서도 전족부(발 앞쪽) 외측을 지지하기 위해 외부에 특수 소재를 덧댔다”고 설명했다.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왼쪽)와 이현기 코오롱스포츠 풋웨어 사업부 리드가 코오롱스포츠 양궁화 '아처삭스2'를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왼쪽)와 이현기 코오롱스포츠 풋웨어 사업부 리드가 코오롱스포츠 양궁화 '아처삭스2'를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솔(밑창)은 접지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코오롱스포츠는 글로벌 아웃솔 전문 기업인 이탈리아 비브람(Vibram)사와 협력해 아처삭스에만 독점적으로 사용되는 맞춤형 솔을 개발했다. 이 리드는 “같은 돌기라도 방향이나 패턴에 따라 접지력이 달라지는데, 잔디, 흙, 모래, 우레탄 등 어떤 지형에서도 미끄러지는 걸 막아주기 위한 최적의 패턴을 고안해냈다”고 강조했다.

방수 역시 양궁화에 필수적인 기능 중 하나다. 기간이 긴 대회 특성상 비를 최소 한 차례는 맞을 확률이 높아서다. 아처삭스의 갑피는 흡습·속건 기능이 뛰어난 ‘비전 3L 고어텍스’ 소재로 제작됐다. 매듭을 짓는 대신 다이얼을 돌려 끈을 조일 수 있게 한 보아(BOA®) 핏 시스템도 선수들의 선호로 아처삭스의 일부가 됐다. 이우석은 “끈 조절이 간편하니 신경 쓸게 하나 줄어든 셈”이라고 했다.

이웅열 회장 한 마디서 시작된 세계 최초의 도전

2011년 12월 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코오롱 양궁팀 창단식에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가운데)과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활시위를 당겨 보이고 있다. / 사진=코오롱그룹 제공
2011년 12월 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코오롱 양궁팀 창단식에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가운데)과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활시위를 당겨 보이고 있다. / 사진=코오롱그룹 제공
코오롱그룹은 현대자동차와 함께 오랜 기간 양궁을 지원해 온 기업이다. 비교적 인기가 덜한 스포츠 종목을 육성한다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부였다. 2011년 남자 실업팀을 창단한 것을 시작으로 양궁 교실 등을 운영했고, 2024 파리 올림픽, 2025 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에 의류를 후원했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이우석이 2012년 처음 전지훈련을 간 곳도 경기 안산에 위치한 코오롱 엑스텐보이즈 훈련장이었다. 국가대표 출신 서오석 코오롱 엑스텐보이즈 감독이 고작 중학생이었던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전국체육대회 5관왕에 올라 여러 팀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지만, 이우석의 선택은 코오롱이었다.

세계 최초의 양궁화라는 도전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파리 올림픽을 1년여 앞둔 2023년, “골프화, 테니스화는 있는데 왜 양궁화는 없나”라는 이 회장의 발상에서 아처식스 개발은 시작됐다. 이 리드는 “그룹 차원에서 양궁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온 데다 아웃도어 브랜드로서 양궁에 최적화된 전문화도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선수들이 99%를 했다면, 나머지 1%만이라도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개발했다”고 했다.
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가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코오롱스포츠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양궁화 '아처삭스2'를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코오롱엑스텐보이즈 소속 이우석 양궁 선수가 26일 서울 명동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코오롱스포츠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양궁화 '아처삭스2'를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코오롱FnC 제공
아처삭스는 양궁 팬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한다. 나이키 러닝화를 주로 신던 선수들이 아처삭스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 대만 등 양궁 강국에서 정식 수출 문의도 적잖게 들어온다. 국내에선 양궁처럼 접지력이 중요한 스포츠인 골프 마니아(애호가)들 사이에서 특히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이 리드는 “선수들의 성적만큼 양궁이라는 스포츠가 더 대중화돼 아처삭스 시리즈가 일상화로 자연스럽게 소비될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의 양궁 등록 선수는 2666명으로, 일본(3만 명)이나 인도(1만 명)보다 적은 편이다. 이우석은 “아처삭스2를 일상적으로 신다 보니 습관적으로 발목을 양쪽 바깥으로 벌리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고쳐졌다. 발목이 원래도 약한 편인데, 신발로 치료가 됐다”며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이미 100점이지만, 한국 양궁의 발전과 함께 3세대, 4세대 아처삭스도 나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우석 선수가 즐겨 신는 '아처삭스2' 모델 컷. / 사진=코오롱FnC 제공
이우석 선수가 즐겨 신는 '아처삭스2' 모델 컷. / 사진=코오롱FnC 제공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