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 골목의 음식점 야외 좌석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 사진=권용훈 기자
지난 20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 골목의 음식점 야외 좌석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 사진=권용훈 기자
모로코 샌드위치 가게에는 아랍어 코카콜라 로고가, 축구를 좋아하는 사장의 치킨집에는 월드컵 에디션과 축구공이 들어섰다. 한국 코카콜라가 서울 용산구 신흥시장에 이어 해방촌 골목으로 협업을 넓히고 있다. 개성 있는 식당과 술집을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가꾸고, 상인들과 축제·전시를 함께하며 지역에 뿌리내리는 전략이다.

상점 18곳 협업, 해방촌 골목으로 확대


26일 한국 코카콜라에 따르면 해방촌 골목형상점가 상인회와 진행하는 ‘코카콜라 X 해방촌’에는 신흥로 일대 가게 18곳이 참여한다. 지난해 신흥시장 점포 18곳과 시작한 협업을 인근 골목으로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해방촌의 강점은 가게마다 다른 문화와 이야기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오래된 식당과 외국 출신 상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젊은 창업자의 술집이 한 골목에 모여 있다. 코카콜라로서는 서로 다른 음식과 공간 안에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는 곳이다. 방문객이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는 과정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접점이 되는 셈이다.

공간을 꾸미는 방식에도 이런 특성이 반영됐다. 모로코 출신 사장이 운영하는 ‘카사블랑카’에는 아랍어 로고와 이국적인 문양을 적용했다. ‘치맥라이프’에는 사장의 축구 취향을 살려 월드컵 에디션과 포스터를 배치했다. 이탈리아식 피자 전문점 ‘피자오’는 코카콜라 병과 디자인 요소를 기존 인테리어에 어울리도록 매장 내부와 천장에 넣었다. 간판과 차양, 조명, 메뉴판 등도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했다.

브랜드가 얻는 것은 골목의 일상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기회다. 상인은 가게의 개성을 드러낼 디자인과 운영 물품을 지원받고, 코카콜라는 음식과 함께 제품을 즐기는 공간을 확보한다. 신흥시장 ‘해방촌수제돈가스’의 경우 협업으로 마련된 메뉴판과 영문 안내가 외국인 손님 응대에 도움이 됐다고 회사는 소개했다.

코카콜라는 신흥시장 협업 점포 중 일부 매장의 월매출이 협업 이전보다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와인과 코카콜라를 섞은 칵테일을 판매하는 해방촌 ‘지니펍’의 홍성진 사장은 “가게를 새롭게 꾸민 뒤 매출이 나아졌고 손님들이 사진도 많이 찍는다”고 말했다.

협업은 거리의 이야기로도 확장되고 있다. 올해 선보인 ‘신흥시장 사람들 with 코카콜라’ 전시에는 3대째 가게를 이어온 상인, 25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한 상인 등의 삶을 담았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주민 주도 축제 ‘2026 HBC 해방위크’에도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프랑스 출신 예술가 레옹 모카와는 신흥로에 상설 벽화를 조성했다.

박가현 한국 코카콜라 대외협력·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상인들과 관계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활동을 이어가는 협업”이라며 “공간 브랜딩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 활동에도 참여해 상인들과 함께 골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산 관광객 붙잡으려면 화장실·교통 개선도


상권의 성장에는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화장실 이용 편의와 마을버스 노선의 관광 동선 연계다. 남산을 찾았다가 걸어서 해방촌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지속적인 방문과 소비로 연결하려면, 골목 안에서 편하게 머물고 이동할 여건을 갖춰야 한다.

대중교통도 함께 살펴야 한다. 용산구는 해방촌 방문 경로로 녹사평역과 숙대입구역·남영역에서 용산02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남산과 시장, 지하철역을 잇는 노선·환승 동선을 점검하고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안내를 갖추는 것이 과제다. 화장실 역시 위치와 개방시간 안내, 관리 상태 등 실제 이용 편의를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

코카콜라의 공간 협업이 가게를 찾아갈 이유를 만든다면, 화장실과 교통은 방문객이 얼마나 편하게 머물 수 있는지를 좌우한다. 남산 관광에 덧붙여 잠시 들르는 골목에서, 음식과 문화를 즐기러 일부러 찾아가는 상권으로 성장하려면 브랜드와 상인들의 협업에 공공 인프라 개선이 맞물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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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