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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하늘길 이어 육로까지 막혔다…이란 경제 '고사 위기'
美 봉쇄에 물류 마비…물가 급등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라크는 지난 21일 밀수 단속을 이유로 이란과 연결된 시브 국경검문소를 폐쇄했다. 파키스탄도 앞선 주말 안보를 이유로 가브드와 타프탄 검문소에서 이란발 화물차의 진입을 막았다. 이란은 이라크로 향하는 샬람체 검문소도 폐쇄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라크 정부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국경 폐쇄에 관한 질문에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른 제재 이행 의무를 강조했다. 이란 측에서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란·이라크 상공회의소의 하미드 호세이니 이사는 이라크의 국경 폐쇄가 미국의 대이란 고립 정책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란의 육상 무역로 차단을 공개적으로 추진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달 초 파키스탄·튀르키예와 협력해 이란의 육상 교역로를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융 제재를 넘어 ‘완전한 고립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이란 국경으로 들어가는 물자의 창고와 물류센터를 제공하는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해왔다. 이란과 거래하는 은행과 항공 부문에 대한 추가 제재도 시행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공격에 대응해 수개월째 이란 항구를 해상봉쇄하고 있다. 원유 수출은 사실상 끊겼고 식량을 비롯한 물자 수입도 크게 줄었다. 인도주의적 물품은 봉쇄 대상에서 빠져 있지만 운송업체들은 선박 나포와 검문을 우려해 운항을 꺼린다. 중국 등에 팔던 해상 비축 원유마저 소진돼 남은 육상 교역로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열려 있는 국경에도 화물이 몰려 통관이 지연되고 있다. 이란 국제운송회사협회는 튀르키예·아프가니스탄·아제르바이잔 접경 지역에 화물차 1만7000대가 대기하고 있으며 통관도 20일씩 지연된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국경에서도 수백 명의 운전자가 발이 묶였다. 이란 화물차 업계에 따르면 과일과 농산물이 썩어 화물을 포기한 운전자도 있다.
에너지 수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파키스탄의 국경 폐쇄로 가스 제품 4500t 이상이 이란 측 국경에 묶였다고 전했다. 병입 가스는 해상봉쇄 이후에도 이란이 수출해온 몇 안 되는 에너지 품목이다.
미 재무부 제재 담당자 출신인 미아드 말레키는 해상 교역이 비싼 육로로 몰린 상황에서 국경까지 막히면 운송비가 오르고 원자재와 필수품 공급이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생산이 위축되고 정부 세수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제재도 걸림돌이다. 파키스탄은 수입업체에 이란과의 거래에 필요한 은행 계좌 정보 등록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 금융시스템에 대한 제재로 절차가 복잡해졌다.
전쟁과 고립이 길어지면서 이란의 민생은 악화하고 있다. 이란 통계센터에 따르면 식품 가격은 지난 1년간 128% 급등했다.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상당수 가정은 고기조차 외상으로 사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리알화 가치가 달러당 274만리알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이란에 핵 프로그램 관련 양보를 요구하며 경제·군사적 압박을 높이고 있다. 중동 중재국들이 협상 재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란이 핵 문제를 논의하라는 요구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수개월째 교착 상태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