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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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입점이 곧 경쟁력이라 여기던 백화점들이 바뀌고 있다. 종전에는 부차적 요소로 인식되던 백화점 내 식품관의 '미식 경쟁'이 유명 맛집 유치를 넘어 식재료와 간편식, 선물을 아우르는 식품관 전체로 번지고 있다. 디저트와 외식으로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장보기와 선물 구매로 재방문을 유도하는 식이다. 식품관을 쇼핑 중 끼니를 해결하는 장소에서 '그 자체로 찾아가는 공간'으로 바꾸는 경쟁이 활발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본관 지하 1층 식품관 리뉴얼에 착수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유럽 13개국 식재료를 모은 팝업으로 상품 선택지를 넓혔다. 현대백화점도 셰프 브랜드에 식사 서비스를 결합하고 협업 상품을 선물세트로 확대하고 있다.

잠실 식품관, 먹는 곳과 사는 곳 나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식품관을 약 1만1240㎡(3400평) 규모로 재단장해 2028년 상반기 완성할 계획이다. 내년 디저트 전문관과 프리미엄 슈퍼마켓을 먼저 선보이고, 2028년 식음 공간을 순차적으로 연다. 본관 전체 리뉴얼의 첫 사업이다.

핵심은 방문 목적에 따른 공간 구분이다. 현장에서 식사하는 '이츠(EATS)'와 식재료·간편식·선물을 구매하는 '바이(BUY)'로 나눈다. '이츠'에는 국내외 미식 브랜드와 협업한 잠실점 전용 메뉴와 서비스를 도입한다. 인근 거주자와 VIP뿐 아니라 내외국인 관광객 외식 수요까지 겨냥한다. '바이'엔 한우와 과일 등을 판매하는 슈퍼마켓을 조성하고 산지 직송 등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 테이크아웃 구역에서는 고객이 고른 식재료의 조리 과정을 보여준다. 선물 구역에는 희귀 식재료와 유명 셰프·레스토랑 협업 한정 상품을 배치한다. 공간 설계는 미국 디자인 스튜디오 로만앤윌리엄스가 맡는다.

리뉴얼의 원동력은 잠실 상권 구매력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잠실점 식품관 VIP 고객의 연간 구매 일수는 30일에 달한다. 객단가도 전 점포 중 최고 수준. 주변 고소득 주거지와 3만 가구 이상의 재개발 예정 물량을 고려해 일상적인 고급 식품 수요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롯데타운 잠실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연매출 3조원을 넘겼으며 올해 4조원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품관은 고가 상품을 간헐적으로 구매하는 고객을 평소에도 방문하게 만드는 접점인 셈이다.

유럽 식재료부터 셰프의 한 끼까지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9일까지 강남점과 본점, 대구신세계, 대전신세계 아트&사이언스, 센텀시티,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에서 '테이스트 오브 유럽' 팝업을 연다.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13개국 식재료와 그로서리 상품을 최대 73% 할인한다.

올리브오일과 하몽, 쿠키 등 집에서 먹거나 선물할 수 있는 상품을 모았다. 디저트와 식당이 현장 소비를 유도한다면, 식재료 행사는 집으로 가져가는 상품으로 구매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상설 매장 개편과 별개로 팝업 상품을 교체하며 식품관을 다시 찾을 이유도 만들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3년 7월 압구정본점 식품관에 '가스트로 테이블'을 선보였다. 개장 당시 28개 미식 브랜드를 모으고 유명 셰프와 레스토랑이 해당 점포에서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 8개를 유치했다. 철판요리 전문점 '우화함', 정호영 셰프의 '샤브카덴' 등이 대표적이다.

음식뿐 아니라 이용 방식도 바꿨다. 고객이 음식을 직접 받아오는 대신 직원이 자리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테이블에서 주문과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해 기존 푸드코트와 차이를 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무역센터점 10층을 다이닝 및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리뉴얼을 통해 이탈리안 그로서란트 '이탈리(EATALY)'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자체 카페 브랜드 '틸화이트(Till White)', 후쿠오카 미슐랭 1스타 셰프의 라멘 전문점 '니시무라멘' 등 다채로운 미식 라인업을 새롭게 선보였다. 10층 중심부에는 246평 규모로 다채로운 미식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허브이자 럭셔리한 휴식 공간 '에피원'을, 에피원과 연결되는 11층에는 도심 속 초록빛 하늘 정원 '노바스 파크(NOVAS PARK)'도 새로 오픈했다.

디저트 찾던 2030, 식품관 신규 고객으로

식품관 개편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신세계 강남점이 2024년 2월 문을 연 스위트파크는 약 1600평에 국내외 디저트 매장 40여 개를 모았다. 신세계에 따르면 개장 한 달간 방문객만 140만명으로 집계됐다. 디저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식품 전체 매출은 약 50% 늘었다. 디저트 신규 고객 가운데 54%는 20~30대였다.

올해 1~8월 스위트파크 매출에서도 2030세대 비중은 41%를 차지했다. 20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 식품관 구매 고객은 회사 집계 기준 240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으며, 신규 고객 비중은 30%였다.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2023년 12월 식품관 '푸드 에비뉴'를 재단장한 뒤 약 100일 만에 누적 방문객 230만명을 기록했다. 롯데가 발표한 2023년 12월~2024년 2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0% 이상 늘었다. 고급 식료품점 '레피세리'와 와인 전문관, 식음 브랜드를 결합한 결과다.

롯데는 올해 3월 노원점에도 레피세리를 열었다. 고객이 생선과 채소, 양념 조합을 고르는 즉석 수산 간편식 등을 선보이며 식재료 판매에 조리 서비스를 더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도 올해 1~9월 신규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이 47.4%로 전년 동기보다 1.8%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방문객은 10.1% 증가했다. 특히 식품관 신규 고객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78%에 달했다. 식품관이 젊은 고객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는 통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 끼 먹으러 왔다가 옷도 산다

백화점이 식품관에 투자하는 이유는 방문 빈도와 연관 구매에 있다. 식재료는 반복 구매가 필요하고 외식과 디저트는 약속이나 나들이의 목적이 될 수 있다. VIP에게는 평소 장보는 공간을, 젊은 고객에게는 새로운 맛을 찾는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상품으로 소비가 이어지는 효과도 나타났다. 신세계에 따르면 스위트파크 개장 한 달간 디저트 연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같은 결제수단으로 하루에 두 장르 이상을 구매한 경우를 집계한 수치다.

이 때문에 경쟁의 범위도 맛집 입점에서 전용 메뉴와 조리 서비스, 식재료 배송, 선물 상품으로 넓어지고 있다. 한 차례 방문을 유도하는 데서 나아가 일상적인 소비를 백화점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사를 하러 온 고객들이 패션, 잡화, 리빙 등 다른 상품도 구매하는 사례가 수치로도 입증되면서 '핫'한 브랜드와 식당을 섭외하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팝업 등 이벤트가 끝난 뒤에도 재방문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