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석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대표/사진=김소연 기자
정현석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대표/사진=김소연 기자
"이번 점포는 콤팩트한 점포로, 저희 쇼핑몰 전략에 있어서 시발점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현석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는 23일 문을 연 '롯데몰 벨리타운 청량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약 10개월간 준비한 이 점포를 향후 쇼핑몰 사업 확장의 '출발점'으로 제시한 것. 정 대표는 "콤팩트한 점포들이 더욱더 확장되고, 또 더 큰 모델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며 "향후 대구, 상암, 송도, 전주 등도 지속적으로 확장해서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 벨리타운 청량리에서는 개점 전부터 300명 이상이 줄을 서는 등 사람들이 몰렸다. 반다이남코코리아 '펀스퀘어'의 원피스 카드 등 한정판 상품을 구하려는 수요가 겹쳤다. 생활용품부터 캐릭터 상품, 외식과 어린이 놀이시설까지 한곳에 모아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새 쇼핑몰의 전략이 개점 첫날부터 드러났다.
오픈 전부터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차례로 매장에 입장하고 있다./사진=김소연 기자
오픈 전부터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차례로 매장에 입장하고 있다./사진=김소연 기자
벨리타운 청량리는 롯데캐슬 SKY-L65 랜드마크타워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약 1만7850㎡(5400평)에 들어섰다. 기존 롯데백화점 청량리점과 연결되는 별도 쇼핑몰로, 약 50개 브랜드를 배치했다. 롯데백화점이 서울에 신규 점포를 선보인 것은 2011년 김포공항점 이후 15년 만이다.

테이블 86개 놓았다…쇼핑몰 전체를 카페처럼

1층에 들어서면 매장 사이로 놓인 테이블과 의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테라로사와 협업한 실내 공간은 쇼핑몰 안에 커다란 카페를 옮겨놓은 듯하다. 테라로사 매장에만 앉아 쉬는 구조가 아니다. 공용 테이블 86개를 마련해 다른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다.

영업면적이 한정된 쇼핑몰에서 휴식 공간에 자리를 내준 데는 이유가 있다. 물건을 고른 뒤 곧바로 떠나는 고객뿐 아니라 커피를 마시고 쉬다가 다른 매장으로 이동하는 고객까지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생활용품을 사러 왔다가 식사하거나, 아이와 놀러 왔다가 쇼핑하는 식으로 방문 목적을 넓히는 구성이다.

2층에서는 아래층의 열린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층을 오르내리는 동안에도 쇼핑몰 전체 분위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미디어월도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지 않는 시스루 형태로 구성했다. 층별 안내 스크린과 곳곳에 배치한 캐릭터 요소가 이동 동선에 볼거리를 더한다.

롯데홈쇼핑 캐릭터 '벨리곰'은 쇼핑몰 곳곳에 녹였다. 가족화장실 앞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뿐 아니라 쉬거나 이동하는 공간에도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을 요소를 배치한 셈이다.

대학생부터 가족까지…층마다 방문 이유 달라

층별 매장 구성은 주변 대학가와 재개발 주거지를 함께 겨냥했다. 젊은 고객이 찾을 패션·뷰티·취미 콘텐츠에 가족 단위 고객의 생활용품·외식·놀이 수요를 결합했다.

지하철 연결 통로와 맞닿은 지하 1층에는 아트박스, 미니소, 니토리 등 생활용품 매장을 배치했다. 통행객이 오가다 들르기 쉬운 상품군이다. 팝업 공간을 활용해 같은 길을 반복해서 지나는 사람에게 새로운 방문 이유를 주도록 했다.

2층은 젊은 층을 위한 패션과 스포츠 중심이다. 무신사의 가방·모자 특화 매장인 '무신사 백&캡 클럽'과 데카트론 등이 들어섰다. 의류뿐 아니라 가방과 모자, 운동용품처럼 일상에서 구매하는 품목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특히 청량리 주변에는 서울시립대 뿐 아니라 한국외대, 경희대 등 유명 대학들이 위치해 대학생 인구만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롯데몰 측은 이를 고려한 브랜드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김소연 기자
/사진=김소연 기자
3층으로 올라가면 가족 고객을 위한 구성이 두드러진다. 다이소와 탑텐, 빕스 등을 모아 생활용품 쇼핑과 식사를 한 층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빕스는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을 갖췄다. 어린이 놀이시설과 남성들을 겨냥한 공구 콘셉트의 워크업 등의 브랜드까지 더해 가족 구성원이 각자 시간을 보낼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키즈카페는 청량리역을 오가는 기차를 바라볼 수 있다. 본래 이곳은 직원 식당 자리였지만, 교통시설에 붙어 있다는 입지적 특성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풍경으로 활용했다.

4층은 층고를 기존 3m에서 5m로 높여 개방감을 키웠다. 캐릭터·취미 상품과 놀이시설을 배치해 쇼핑몰 위층까지 고객이 올라올 이유를 만들었다. 더불어 청량리역 광장과 이어지는 구조로 4층이지만 정문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다.

특히 이달 말 문을 여는 하이디라오가 새벽 5시까지 영업한다는 점을 고려해 4층은 오락실, 가챠숍 등 무인 시설로 24시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청량리가 주거지인 동시에 철도와 지하철을 갈아타는 교통 거점이라는 점을 고려한 구성이다. 퇴근이 늦거나 기차를 이용하는 고객도 식사와 여가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 가능한 시간을 늘렸다. 층마다 외부와 연결되는 진입 동선을 확보한 점도 시설별 이용 시간을 달리할 수 있는 기반이다.

기존 청량리점과의 연결은 상품 구색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백화점이 패션과 브랜드 쇼핑을 맡는다면 새 몰은 생활용품과 외식, 놀이, 휴식을 더한다. 한 번 방문했을 때 이용할 시설을 늘리는 동시에, 특별히 백화점 쇼핑 계획이 없는 날에도 찾을 이유를 붙이는 전략이다.
/사진=김소연 기자
/사진=김소연 기자
롯데가 이 모델을 청량리에서 시도한 배경에는 상권 변화가 있다. 롯데몰이 위치한 청량리 외에 이문·휘경, 전농·답십리 등 주변 지역에는 2030년까지 3만가구 이상의 신규 입주가 예정돼 있다. 기존 역 이용객에 새로 유입되는 주거 수요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정 대표가 청량리를 쇼핑몰 전략의 "시발점"으로 제시한 만큼, 공용 좌석과 가성비 상품, 외식·체험시설을 집약한 구성이 실제 재방문과 소비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확장 전략을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