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단둥 버스공장 찾은 김정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중국 단둥의 자동차 공장을 찾아 생산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작년 9월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그는 공장을 시찰한 뒤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노동신문·뉴스1
< 中단둥 버스공장 찾은 김정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중국 단둥의 자동차 공장을 찾아 생산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작년 9월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그는 공장을 시찰한 뒤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예고 없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념·전략 분야 핵심 참모인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만났다. 중국이 미·북 정상외교 재개를 촉진하는 ‘중재자’ 역할에 나설지 주목된다.

◇중국 6·25 행사 참석한 金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 위원장이 전날 단둥을 방문해 항미원조기념관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북측에서는 조용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최선희 외무상, 김여정 총무부장 등 당정 주요 간부가 동행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 주석이 영접했다. 외교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 등이 함께했다. 권력서열 4위인 왕 주석은 중국공산당의 대표적인 이론가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정립했으며 대만 통일 문제도 담당하고 있다. 왕 주석을 매개로 양국 정상 간 간접적 소통이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월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을 계기로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만난 바 있다.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중국은 6·25전쟁에서 첫 승리를 거둔 10월 25일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항미원조는 참전 이유가 미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였다는 중국 주장을 내세운 표현이다.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부각된 가운데 김정은이 항미원조 행사에 참석한 것은 미·북 관계에서 중국 입장을 듣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양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항미원조기념탑에 헌화했다. 이어 “우리 인민은 혁명을 피로써 도와준 중국 인민에 대한 영원한 감사를 대를 이어 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왕 주석은 시 주석이 보낸 인사를 전하며 “전략적 소통·협력을 강화해 각자의 주권·안보·발전이익 수호를 위한 평화롭고 안정된 대외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했다.

◇中, 미·북 정상외교 촉진하나

김정은은 왕 주석과 함께 단둥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생산 작업장을 시찰한 뒤 신압록강대교에서 왕 주석의 배웅을 받으며 단둥을 떠났다. 중국 측 인사들은 다리 중간 지점까지 동행했다.

김정은이 왕복한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최대 교역 거점인 단둥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왕복 4차로에 총길이 3026m 교량으로, 이달 15일 공식 개통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항미원조 기념 행사에서 혈맹을 부각하고 신압록강대교에서 경제 활성화를 챙긴 ‘김정은식 실용외교’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의 방중은 작년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 참석 이후 1년1개월 만이며 집권 후 여섯 번째다. 여섯 차례 방중에서 시 주석을 만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이 시 주석과 회동하진 않았지만, 왕 주석이 시 주석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미·북 대화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양국 외교수장인 최 외무상과 왕 부장이 배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시 주석이 중재자로서 지닌 위상을 높여주는 동시에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미·북 대화를 자극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미·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모르겠다”고 하면서 회담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북 정상외교 재개를 촉진하는 중재자 역할을 시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면서 동시에 북·러 밀착으로 확대된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을 견제하려고 할 것으로 관측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