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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에 호박 어디갔어…고금리·고물가에 사라진 핼러윈 장식
소비심리 2011년 이후 최저
"유류·식료품비 부담 커졌다"
"유류·식료품비 부담 커졌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 일대에서 흔히 나누는 대화다. 핼러윈(10월 31일)이 열흘도 남지 않은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일대 주택가에는 화려한 장식을 한 집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다양한 장식으로 집을 꾸몄는데 올해는 호박 몇 개만 문 앞에 놓은 집이 많았다.
페어팩스 도서관에서 만난 토머스(48)는 “올해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운영 중단) 같은 악재가 없는데도 작년보다 핼러윈 장식이 눈에 덜 띈다”며 “물가가 오르고 집세와 주택담보대출 이자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한 사용자가 “올해 핼러윈 분위기가 예년만 못하다는 것을 느끼느냐”고 묻자 그 아래에 “사탕 값이 너무 비싸다” “핼러윈 장식과 연료 및 식료품 구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저가 용품점을 활용해보라는 조언도 잇달았다.
거시지표만 보면 미국 경기는 나쁘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까지 경제가 견조하다고 판단했다. 실업률도 4.2%로 아직 낮은 편이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지난 9월 올해 핼러윈 소비지출이 작년보다 3.1%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관세 전쟁과 올해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급등 여파가 소비심리를 옥죄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3.7%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4.2% 급등한 게 직격탄이었다. 에너지 분야 전반의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20.4% 뛰었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져 자동차담보대출 및 주담대 이자 부담이 늘고 월세도 올랐다. 주거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뛰었다.
그만큼 소비심리는 식고 있다. 9일 공개된 10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는 46.3으로 9월(48.1)과 작년 10월(53.6)보다 크게 하락했다. 경기여건지수(44.7)는 전월 대비 12.2% 떨어졌다. LSEG·입소스가 19일 발표한 소비자심리기본지수(PCSI)도 45.2로 2011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5월 코로나19 당시 저점(45.4)보다 낮은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에 부심하고 있다. 그는 이날 주담대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