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매장에서 한 시민이 핼러윈 장식용 호박을 둘러보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매장에서 한 시민이 핼러윈 장식용 호박을 둘러보고 있다.
“요즘 이상하네요. 핼러윈 장식을 한 집이 별로 없어요.”

최근 미국 버지니아 일대에서 흔히 나누는 대화다. 핼러윈(10월 31일)이 열흘도 남지 않은 22일(현지시간)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일대 주택가에는 화려한 장식을 한 집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다양한 장식으로 집을 꾸몄는데 올해는 호박 몇 개만 문 앞에 놓은 집이 많았다.

페어팩스 도서관에서 만난 토머스(48)는 “올해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운영 중단) 같은 악재가 없는데도 작년보다 핼러윈 장식이 눈에 덜 띈다”며 “물가가 오르고 집세와 주택담보대출 이자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한 사용자가 “올해 핼러윈 분위기가 예년만 못하다는 것을 느끼느냐”고 묻자 그 아래에 “사탕 값이 너무 비싸다” “핼러윈 장식과 연료 및 식료품 구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저가 용품점을 활용해보라는 조언도 잇달았다.

거시지표만 보면 미국 경기는 나쁘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까지 경제가 견조하다고 판단했다. 실업률도 4.2%로 아직 낮은 편이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지난 9월 올해 핼러윈 소비지출이 작년보다 3.1%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관세 전쟁과 올해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급등 여파가 소비심리를 옥죄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3.7%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34.2% 급등한 게 직격탄이었다. 에너지 분야 전반의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20.4% 뛰었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져 자동차담보대출 및 주담대 이자 부담이 늘고 월세도 올랐다. 주거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뛰었다.

그만큼 소비심리는 식고 있다. 9일 공개된 10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는 46.3으로 9월(48.1)과 작년 10월(53.6)보다 크게 하락했다. 경기여건지수(44.7)는 전월 대비 12.2% 떨어졌다. LSEG·입소스가 19일 발표한 소비자심리기본지수(PCSI)도 45.2로 2011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5월 코로나19 당시 저점(45.4)보다 낮은 수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에 부심하고 있다. 그는 이날 주담대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