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23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는 ‘오너의 책임경영 강화’와 ‘성과주의에 기반한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정용진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단행한 첫 정기인사인 만큼 본업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 전반에 고강도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 회장의 등판이다. 정 회장은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취임하며 그룹 경영 장악력을 높였다. 조만간 주주총회를 거쳐 이마트 대표로도 공식 취임한다.
그는 김홍극 이마트 대표 내정자 및 이형천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주요 계열사를 이끈다. 전문경영인에게 일상적인 영업과 실적 관리를 맡기고, 정 회장은 그룹의 중장기 미래 비전을 계열사에서 실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유통업을 넘어 라이프·콘텐츠·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글로벌 주요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리플렉션AI, 호텔·리조트 등 부동산 개발에서는 아만그룹, 콘텐츠 부문에서는 워너브러더스·파라마운트를 거느린 스카이댄스그룹 등과 손잡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AI를 중심으로 바뀌는 산업 대전환기에 리더십을 발휘해 그룹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과 함께 이마트를 이끌 김홍극 신임 대표는 SSG닷컴 대표를 겸하며 그룹의 온·오프라인 통합 경쟁력을 강화한다. 김 대표는 이마트에서 상품본부장을 지낸 상품기획·영업 전문가다. 신세계TV쇼핑 대표 재임 시절엔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2022년부터는 신세계까사 대표를 맡아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내는 등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임 신세계까사 대표로는 CJ올리브영에서 K뷰티 성장을 주도한 허민호 전 코스맥스비티아이 수석부회장을 전격 영입했다. 허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부문 대표를 겸하며 화장품 사업 전반을 이끈다. 그는 1989년 신세계에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동화면세점을 거쳐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8년부터 10년간 CJ올리브영 대표를 지냈다. 2028년 개장하는 인천 청라 돔구장 시대를 준비할 신세계야구단 대표로는 기인주 SMPMC 대표가 선임됐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은 실무형 인사로 진용을 재정비했다.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이 유임된 가운데 최택원 SSG닷컴 대표가 인사와 감사를 관장하는 경영지원총괄로 선임됐다. 홍보와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대외협력본부장에는 박승학 조선호텔앤리조트 레저사업부장이 발탁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역대 가장 많은 36명의 신규 임원(상무보, 전문임원)을 승진시켰다. 성과주의에 기반해 40대 젊은 리더를 대거 발탁해 그룹 전체 임원에서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인 18%로 높아졌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손종원 조선호텔 셰프(42)는 전문임원으로 승진 발탁했다. 손 셰프는 조선팰리스호텔의 이타닉가든과 레스케이프호텔 라망시크레를 미쉐린 1스타에 올려놓은 성과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