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 단체와 노동조합이 주최한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정보기관 수뇌부 및 관계장관을 소집해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24일 노조가 주최하는 집회를 제외한 모든 시위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 단체와 노동조합이 주최한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정보기관 수뇌부 및 관계장관을 소집해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24일 노조가 주최하는 집회를 제외한 모든 시위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7일 프랑스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의 원인으로 세대 간 갈등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은 “미래를 빼앗겼다”며 박탈감을 호소했다. 이는 한국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재연될 수 있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2054년 한국에서는 만 20~64세 인구 100명이 65세 이상 노인 84.5명을 부양해야 한다. 같은 해 프랑스(53.4명)의 1.6배다. 지난해만 해도 프랑스(40.2명)보다 가벼웠던 한국(29.3명)의 부담이 곧 역전될 전망이다.

◇유럽과 한국, 비슷한 3대 기반 공유

"미래 빼앗겼다" 佛 청년들의 분노…한국이 더 위험한 이유
유럽을 지탱하다가 무너진 값싼 에너지와 중국 특수, 미국 안보 우산 등의 기반은 한국도 공유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프랑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만성 재정적자와 저성장, 개혁 불능의 정치 구조에서도 한국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 에너지 의존도부터 유럽보다 심하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원유 수입의 69.1%가 중동산이었다. 이란 전쟁으로 정유사들은 미주·아프리카산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급히 공급처 확보에 나섰다. 당장의 수급은 버텼지만 대체 물량 확보 경쟁에 상승한 원가 부담은 정유사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중국은 이미 고객이 아니라 경쟁자다. 한국은행의 ‘주요 품목별 수출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수출 점유율은 중국과 경합하는 과정에서 2018년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안보 우산도 불안하다. 미국은 1월 공개한 국방전략(NDS)에서 한국이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만으로도 대북 억제의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32%이던 국방비를 2035년까지 3.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이 국방비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경로와 비슷하다.

◇국가채무 120%대 경고

한국에 유리한 대외 여건이 잠식되는 사이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유럽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65세 이상 인구는 1112만5000명으로 전체의 21.6%다. 고령인구 비중이 7%에서 20%로 높아지는 데 프랑스는 150여 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25년 안팎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인구 구조 영향으로 한국 정부의 재정 악화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은 2055년 126.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의 프랑스(119%)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진단은 더 비관적이다. IMF는 지난해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추가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2050년 정부부채가 GDP의 90~130%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인구 1% 감소에 대응하는 실질 소비 감소 폭은 평균 1.6%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월 IMF가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구조개혁과 함께 세입 기반 확충, 지출 효율화, 추가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개혁 미루는 것도 유럽과 닮아

해법을 모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개혁의 편익은 미래 세대와 사회 전체에 넓게 퍼지지만 손실은 현재의 특정 집단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연금 보험료를 더 내는 근로자, 세제 혜택을 잃는 계층, 경쟁에 노출되는 사업자, 지출 삭감을 감수해야 하는 수혜자가 즉시 반발한다.

10년 뒤 낮아질 국가채무와 높아질 생산성은 오늘 선거에서 표가 되기 어렵다. 유럽에서 재정·연금·노동 개혁이 정권의 기반을 흔들고, 중도 정치가 약해지면서 극단 세력이 커진 과정이 한국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재정 악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는 허약해지고 정부 의무 지출은 늘고 있어 정부가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완/한명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