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민 유입에 긴장 고조된 스페인 >   지난 11일 스페인령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의 임시 야영지에서 이주민들이 스페인 경찰의 통제 아래 퇴거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세우타 지역엔 모로코 출신 이주민이 대거 유입되며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주민 유입에 긴장 고조된 스페인 > 지난 11일 스페인령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의 임시 야영지에서 이주민들이 스페인 경찰의 통제 아래 퇴거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세우타 지역엔 모로코 출신 이주민이 대거 유입되며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의 원인을 놓고 대서양을 사이에 둔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원인은 학교 문제가 아니라 이민 문제”라며 “파리는 곧 무슬림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리가 이주민과 이슬람주의자 무리에게 침략당했다고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완전히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시위 및 폭력 가담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기 어려워 결론을 낼 수 없지만, 이민자 통합 실패가 경제난과 맞물려 사회 갈등을 키웠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기존 정당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극우·극좌 정당이 힘을 얻었고, 재정개혁 등에 나설 정치적 에너지가 고갈됐다는 평가다.

◇‘이민 증가 비용’ 서민에게 집중

"경제 살리려 이민자 받았더니"…유럽 사회 갈등 깊어진 까닭
2010년대 이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치 지도자들은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펼쳤다. 생산 인력 확보와 내수 시장 부양 등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과소평가했다.

특히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이민자 증가에 따른 부담을 집중적으로 졌다. 저렴한 주거지와 비숙련 일자리를 놓고 이민자와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룩셈부르크사회경제연구소(LISER)의 조사에 따르면 이민자 유입으로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은 7.9%가량 증가했지만, 직종 간 임금 격차는 3.2% 벌어졌다. 경제 성장과 함께 전문직 및 고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늘어나는 사이 이민자가 대거 유입된 저숙련 직종의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LISER은 “이민은 유럽의 생산과 평균 임금을 높였지만 그 이익은 불균등하게 배분됐다”고 분석했다.

핀란드 정부의 2025년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민 인력 증가로 소득 상위 40% 이상의 근로소득이 늘어났지만, 하위 40% 미만의 내국인 소득에는 유의미한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났다. 노동시장에서 이민 인력은 저숙련 내국인과 대체 관계, 고숙련 내국인과는 보완 관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주거지를 둘러싼 경쟁은 더 직접적이다. 지난해 유로스타트 통계에 따르면 해외 출신 성인의 과밀 주거 비율은 33.5%로 내국 출신의 2.5배였다. 이민자가 저가 임대시장에 집중되며 그 시장 안에 있는 내국인과 경쟁하는 구조다.

◇극우 약진·정치 결정 장애로

이는 ‘반이민’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극우정당의 약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의 극우성향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지난해 연방하원 총선에서 독일 의회의 제2당으로 올라선 게 대표적이다. 독일 싱크탱크 베텔스만재단의 다니엘 포슈 연구원은 “제조업 지역 유권자가 (이민자 유입으로) 자신들의 업무가 더 이상 중요하게 평가받지 못한다는 사회적 지위 상실감과 낙인 효과를 두려워한다”며 “대기업이 적고 생산성이 낮은 동독 지역에서 이런 불안이 두드러지는데, 최근 서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사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정치를 주도한 중도좌파 및 중도우파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민 문제가 서민들 사이에 중요한 이슈가 되는 동안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정치·지식인 집단이 서구의 전통적인 사회주의 정당과 노동자 정당까지 장악하면서 과거 핵심 지지층이던 노동계층과의 연결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치 지형 변화는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위기 탈출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등에서 연정까지 가능했던 중도좌·우파와 달리 극우·극좌 정치세력이 공통의 아젠다를 추진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