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15개 계열사 노동조합이 네이버 본사를 상대로 단체 교섭을 요구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룹 계열사 노조들이 본사를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따른 사용자라고 주장하며 교섭을 요구하고 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도 2대주주인 삼성전자에 인사·보상과 관련해 교섭을 요구하는 등 노란봉투법에 따른 사용자성 논란이 원·하청 관계를 넘어 그룹 본사와 계열사 관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 “그룹 계열사 노조 뭉쳐 영향력 확대”

"본사, 계열사 노조와 교섭의무 없다" 첫 판단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경기지노위는 지난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제기한 ‘통합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을 기각했다. 네이버지회는 2일 네이버가 15개 계열 법인을 아우르는 교섭 요구를 받고도 관련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며 경기지노위에 시정신청을 제기했다. 이번 판단에 대해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혀 법적 다툼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의 핵심은 그룹 본사가 계열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다. 노조는 네이버 본사가 근무 제도 변경 공지를 올린 뒤 불과 수 분 만에 계열사가 같은 문구로 공지한 사례, 그룹 본사에 대한 사업·매출의 종속성, 계열사 간 인사 이동 등을 이유로 네이버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이런 이유로 성과급, 조직문화, 복리후생, 안전 등 의제와 관련해 네이버 본사가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유망 신사업을 분사하거나 독립 법인으로 키우는 방식으로 웹툰, 클라우드, 핀테크, 커머스 등 사업 영역을 넓혔다. 사업별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각 법인의 성장 단계에 맞춰 보상체계를 운영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노조 요구대로 계열사별 성과급·복지 등의 이슈가 본사 교섭 테이블에 오르면 독립 법인 체제의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국내 법인만 44곳(해외 법인 포함 시 95곳)에 달했다.

◇ 기업집단 경영 관리 발목 잡히나

이런 현상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도 6일 삼성전자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31.22%를 보유한 2대주주다. 1대주주는 삼성물산(43.06%)이다. 노조는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사·보상 기준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한 만큼 노란봉투법상 사용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이 계열사 인사에 관여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경영계에서는 계열사별 독립성과 인사·보상 체계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룹 차원의 영향력만으로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면 기업집단의 통상적인 경영 관리도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룹 차원의 인사 방향 공유와 계열사 간 협의를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을 하는 ‘관여’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하청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확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노란봉투법이 대기업 계열사 정규직의 임금 인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안정훈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