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관계를 두고 마찰음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는 어제 양국 관계를 ‘난기류’(터뷸런스)에 비유했다. 같은 날 ‘자주파’ 외교의 대표 인사로 꼽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한·미 동맹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커지는 모습이지만 정부·여당은 관계 정상화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미 양국은 이례적으로 장기간 마찰 상황을 노출하고 있다. 스틸 대사는 “(한·미 관계가) 공중에서 비정상적으로 흔들리는 항공기 같다”고 우려했다.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반드시 조기에 환수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전환 조건인) 위협 환경이 변했다”고 입장차를 드러냈다.

양국 관계의 삐걱거림은 직설적인 언사로 불만을 드러내는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이후 미국은 반년 넘게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재외공관 국정감사에서 전직 여당 대표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국가정보원이 워싱턴DC에 보내려던 요원의 비자 발급도 거부되거나 보류됐다. 강경화 주미대사가 “고위급 협의는 저도 답답할 정도”라고 실토했을 만큼 꽉 막혀 있다.

‘린치핀’(수레의 축에 꽂는 핀)에 비유되던 한·미 관계가 이처럼 삐걱거리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대북·대중 정책을 둘러싼 시각차,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이견, 대미 투자 전략 및 쿠팡 등 미국 기업 규제와 관련한 마찰 등 양국 간 입장이 다른 분야가 수두룩하다. 그중에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안전과 번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미국과의 관계는 한국 외교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이 오해하는 게 있다면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선제적으로 화해의 움직임에 나설 필요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대미 관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