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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FIU, 100만원 미만 코인 출금 놓고 공방…"규제 공백" vs "알고도 방치"
빗썸 "소액 출금 확인 의무 없어"
FIU "고의·중과실에 해당"
FIU "고의·중과실에 해당"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공현진 부장판사)는 이날 빗썸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의 첫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양측은 100만원 미만 가상자산 출금에 대한 거래소의 확인 의무와 빗썸이 불법 거래를 알고도 방치했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빗썸은 소액 출금의 경우 상대방 거래소를 확인할 의무가 없어 불법 거래를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FIU는 빗썸이 해외 미신고 거래소와의 거래금지 의무를 알고도 필요한 차단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맞섰다.
빗썸 “100만원 미만은 수취인 확인 의무 없어…결과만으로 책임 물어”
빗썸 측은 당시 가상자산 거래에 적용되던 '트래블룰'을 근거로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을 다른 거래소로 보낼 때 송·수신인 정보를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당시에는 100만원 이상 출금에만 적용돼 소액 거래에는 같은 수준의 정보 확인 의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이에 따라 100만원 이상 출금 시에는 고객이 수취 거래소를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미신고 거래소를 선택지에서 제외해 거래를 차단했다. 반면 100만원 미만 거래는 고객이 지갑 주소만 입력하면 출금되는 구조여서 해당 주소가 어느 거래소 소유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게 빗썸의 주장이다.
다만 소액 거래에 대해서도 고객에게 미신고 거래소로 자산을 보내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거래금지 주소 목록인 블랙리스트를 활용하는 등 자체적인 차단 조치를 시행했다고 강조했다. 수취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출금을 전면 제한하면 정상적인 이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빗썸 측은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을 왜 계속 사업자에게 전가하는가"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은 채 알아서 차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FIU “100만원 미만도 거래금지…알면서도 막지 않았다”
반면 FIU는 트래블룰의 적용 기준과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금지 의무는 별개라고 반박했다. 100만원 미만 거래에 송·수신인 정보 확인 의무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미신고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 자체는 금액에 관계없이 금지돼 있었다는 설명이다.빗썸이 이러한 의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빗썸은 2022년 8월 고객들에게 미신고 해외 거래소와의 입출금을 금액에 관계없이 제한하겠다고 공지했다. 금융당국 역시 여러 차례 거래 차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FIU 측은 "비어 있던 것은 규범이 아니라 가상자산사업자의 통제장치"라며 "몰랐던 게 아니라 막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거래 내역도 근거로 제시했다. FIU에 따르면 빗썸이 차단하지 못한 미신고 해외 거래소 18곳으로의 출금은 4만여건에 달한다. 특히 해외 거래소 MEXC의 리플 입금 주소 한 곳으로만 1만6296건이 출금됐다.
일부 주소는 빗썸이 미신고 거래소 관련 블랙리스트에 등록한 이후에도 출금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 거래소를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확인한 주소조차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다른 국내 거래소들이 실시간 수취처 확인 기능을 먼저 도입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빗썸 역시 기술적으로 거래를 차단할 수 있었지만 필요한 조치를 뒤늦게 도입했다는 것이다. FIU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빗썸에 미필적 고의 또는 적어도 중과실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금지 공지했는데 왜 못 막았나”…고의·중과실 집중 심리
재판부도 빗썸이 거래금지를 공지하고도 실제 출금을 차단하지 못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물었다.재판부는 "원고 스스로도 공지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왜 공지하고 아무런 조치가 안 됐을까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100만원 이상 출금과 달리 100만원 미만 출금에는 충분한 차단 조치를 취하지 못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앞서 FIU는 지난 3월 빗썸이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금지 의무와 고객확인의무(KYC) 등을 약 665만건 위반했다며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368억원을 부과했다. 영업정지는 신규 고객의 외부 가상자산 입출고를 제한하는 조치다.
이후 빗썸은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4월 집행정지를 인용해 본안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결국 빗썸이 당시 법령과 기술적 여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미신고 거래소로의 출금을 막지 못한 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에 달린 셈이다.
다음 기일은 내년 1월 28일 오후 4시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