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퓨라 70 프로' 스마트폰의 부품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 사진=로이터연합
화웨이 '퓨라 70 프로' 스마트폰의 부품들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 사진=로이터연합
메모리 공급난에 생산 목표를 낮췄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다시 물량을 늘리고 있다. 공급에 숨통이 트여서가 아니다. 기존 기기에서 떼어낸 중고 D램을 신품 대신 탑재하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2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올해 2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 급등과 공급 불확실성으로 사업 목표를 크게 낮췄다. 업계 전반에서 인력을 줄이고 지출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그러나 3분기 말부터 일부 업체가 보급형 스마트폰 생산 목표를 다시 높이는 흐름이 확인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재활용 D램' 채택 확대를 꼽았다.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서버용 제품을 우선시하면서 스마트폰용 저전력 D램(LPDDR) 부족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품 확보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기기에 쓰였던 칩으로 부족한 물량을 채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활용 D램은 스마트폰과 PC, 서버 등에서 납땜을 제거해 떼어낸 메모리 칩을 기본 테스트한 뒤 다른 제품에 다시 조립하는 방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미국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폐기한 DDR4 모듈도 이런 재활용 공급망에 유입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렇게 회수한 칩 가운데는 이미 5~6년간 가동한 뒤 다시 5~6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설명이다. 메모리가 노후화하면 열화가 진행되고 남은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 데이터를 유지하는 특성도 나빠져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부 업체는 보급형 모델에 들어가는 D램을 전량 재활용 제품으로 채워 출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품 조달과 부품원가 부담을 줄이려는 선택이지만, 오래 사용한 칩의 신뢰성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재활용 D램이 메모리 공급난과 부품원가 상승에 대한 단기적 해법은 될 수 있어도 누구에게도 지속가능한 전략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