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를 극찬한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사진=장원영 인스타그램
차지를 극찬한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사진=장원영 인스타그램
"30분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지난 16일 오전 7시30분, 중국 베이징 왕푸징에 위치한 루이싱 커피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은 이 같이 말했다. 이른 아침 시간대였지만 이미 테이블 픽업존에는 배달을 기다리는 수십 개의 잔들이 올려져 있었다. 출퇴근 시간에 들러 음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도 매장이 북적였다.
루이싱 커피 매장에서 배달을 기다리는 커피들. 그 뒤로 직원들이 쉼 없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김소연 기자
루이싱 커피 매장에서 배달을 기다리는 커피들. 그 뒤로 직원들이 쉼 없이 음료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김소연 기자
루이싱 커피는 중국 시장에서 스타벅스를 앞지르며 '대륙의 스타벅스'로도 불린다.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마신 밀크티를 찾아 줄을 섰던 한국 소비자 앞에 중국의 코코넛라테가 다음 주자로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국내 상표권을 확보한 루이싱커피는 차지, 차백도, 헤이티에 이은 다음번 한국 시장의 '잠재적 도전자'로 꼽힌다.

가격경쟁력과 진일보한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산 공산품과 제조업이 한국 기업들을 압박해오는 데 이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밀려들어오기 시작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차음료 브랜드의 국내 진출은 이미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4월30일 강남·용산·신촌에 동시에 매장을 연 차지는 9월 말 서울대입구역점까지 국내 점포를 10곳으로 늘렸다. 차백도는 6월 말 기준 해외 매장 72곳 가운데 절반 가까운 32개 매장을 한국에 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루이싱이 상표 등록을 하며 국내 진출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사진=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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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업계에 따르면 루이싱 중국 법인은 '루이싱', '瑞幸', 'luckin coffee Express' 등의 상표와 파란색 사슴 로고 등록을 마쳤다. 영문 상표는 커피·차 관련 상품으로 2021년 등록했고 올해 3월에는 우유·버터·식용젤리 등으로 지정상품을 넓혔다. 파란색 사슴 로고 역시 2025년 12월 상표 등록을 완료했다. 코코넛라테·버터라테 등 대표 메뉴와 디저트 라인업을 염두에 둔 상표 분류 확장은 실제 한국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루이싱, 밀크티 넘어 '매일 마시는 커피' 겨냥

2017년 출범한 루이싱 커피는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2022년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최대 커피 체인으로 등극했다. 올해 기준 중국 내 매장 수는 3만개를 웃돌며 연 매출은 약 9조~10조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 3월에는 네슬레로부터 미국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루이싱 커피의 해외 사업은 현재 미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뉴욕 맨해튼에 10여개 매장을 출점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뉴욕에 이어 한국을 다음 글로벌 확장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싱이 들어오면 경쟁의 성격도 달라진다. 차지가 자스민 밀크티로 커피 이외의 선택지를 제시했다면 루이싱은 커피 전문점의 일상 수요를 직접 겨냥한다. 코코넛라테 같은 가향 커피를 앞세우면서 애플리케이션(앱) 주문과 픽업 중심으로 점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국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와 가격 경쟁을 벌일지, 아니면 '중국 여행에서 맛본 음료'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울지가 첫 관전 포인트다.

규모와 해외 운영 경험은 충분하다. 루이싱의 올해 2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6월 말 전체 매장은 3만6310곳이다. 2분기에만 싱가포르 7곳, 말레이시아 31곳, 미국 8곳 순증했다. 9월에는 싱가포르 100호점 개점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확보한 운영 방식을 동남아시아와 미국에서 현지화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루이싱 커피는 합리적 가격과 앱을 활용한 편리한 주문이 강점으로 통한다. 이미 저가 커피를 쉽게 살 수 있는 시장에서 중국의 할인 전략만으로 소비자를 옮겨오게 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선택지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사진=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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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싱만? 중국에서 뜨고, 한국으로 온다

말차 전문점은 커피와 다른 방향에서 한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할리우드 배우 젠데이아와 톰 홀랜드가 중국 방문 당시 찾은 '마차왕(Matcha Wang)'과 같은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브랜드 '나인티마차(Nintea Matcha·九十葉)'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신흥 식음료(F&B) 브랜드 운영사인 인즈멍그룹의 멀티브랜드 전략을 보여주는 마차왕과 나인티마차는 각각 프리미엄 고급 말차와 대중적인 말차 디저트를 내세워 각기 다른 타깃층을 공략하고 있다.

마차왕은 '말차를 제대로 즐기는 곳'을 내세운다. 커피 전문점이 원두의 산지와 로스팅을 강조하듯, 저장성과 쓰촨성, 후베이성 등에서 공수한 각기 다른 맛의 최고급 말차를 선보인다. 말차를 하나의 고급 기호식품으로 소개하는 전략이다. 마차왕의 대표 메뉴 '샤오양릴리(小羊莉莉)'는 말차 음료 위에 양 모양을 그린 제품으로,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올해 4월까지 2만잔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나인티마차는 말차 젤라또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키웠다. 말차의 진하기를 단계별로 선택하게 하고 말차 생초콜릿과 음료, 다른 맛의 젤라토까지 판매한다. 고급 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아이스크림을 통해 말차에 입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배경으로 매장을 늘려가고 있는 나인티마차는 다음달 싱가포르에 첫 해외 매장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국내 진출 소식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중적이면서도 새로운 말차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진=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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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티, 루이비통 소송 오히려 인지도 상승

몰리티(Molly Tea·茉莉奶白)는 꽃향을 중심으로 차별화한 브랜드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스민을 출발점으로 다양한 꽃과 과일의 향을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 세계 매장은 2000곳을 넘어섰다.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등에 진출한 이력도 있다. 차지가 한국에서 자스민 밀크티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만큼 비슷한 취향의 소비자에게 접근할 여지가 있다.

특히 몰리티는 최근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의 상표권 분쟁으로 더욱 인지도가 높아졌다. 루이비통은 몰리티의 꽃 문양이 자사 로고와 유사하다고 문제 제기했고, 중국 쑤저우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7월 네 잎 꽃무늬 로고와 관련해 몰리티에 1030만위안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소송이 중국 내 루이비통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몰리티에 대한 구매력을 끌어 올렸다. 중국 네티즌을 중심으로 몰리티의 문양이 '전통문양'이라며 루이비통 측 문제제기에 반감을 표한 것이다. "거대 명품기업이 현지 소규모 업체를 상대로 과도하게 권리를 행사했다"는 비판 여론도 확산했다.

몰리티는 루이비통과 분쟁 뿐 아니라 지난 6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일부 매장 운영자와의 계약 위반 문제로 협력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 사례는 해외 가맹점을 빠르게 늘리는 능력과 현지 파트너의 품질·브랜드 사용을 관리하는 능력이 별개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진출을 검토한다면 매장 수만큼 운영 파트너와 공급체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카페의 무기, 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중국 카페 브랜드의 핵심은 '세분화'다. 앞서 국내에 진출한 미쉐는 아이스크림과 음료의 접근성을, 헤이티는 과일·차를 조합한 제품을, 차지는 찻잎의 향을 강조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나인티마차와 마차왕은 말차를 디저트와 체험으로 세분화한다. 여기에 루이싱 커피 역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소비자부터 새로운 디저트를 찾는 고객까지 서로 다른 수요를 겨냥하는 구조다.

그 뒤에는 공급망과 제조 표준화가 있다. 미쉐그룹은 가맹점에 원재료와 설비를 공급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차지는 상장 관련 공시에서 자동화 기계에 레시피를 입력해 맛의 일관성과 제조 효율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신제품의 화제성을 여러 점포에서 비슷한 품질로 재현하는 능력이 확장의 기반이다.

국내 진출 C-프랜차이즈 선발 주자의 성적은 양면적이다. 장원영이 마시는 모습으로 알려진 차지는 개점 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 같은 화제성이 곧 수익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차지의 올해 2분기 해외 전체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114.3% 늘었지만 해외 동일점포 거래액은 15.1% 감소했다. 새 매장이 늘면서 전체 규모가 커져도 기존 점포의 판매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식음료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은 중국 내수 시장의 포화와 성장 둔화,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중국 정부 기조가 맞물려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하이디라오(훠궈)·탕화쿵푸(마라탕)가 먼저 한국에서 안정적 기반을 구축한 데 이어 차지·헤이티·차백도 등 밀크티 브랜드들이 뒤를 이었고, 이제 루이싱 커피 등도 한국 진출을 모색하는 단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글로벌 시장 공략 '검증대'로 인식되는 상징성도 C-프랜차이즈들의 한국행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져 안착될지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초기 화제성과 오픈런 현상이 꾸준한 재방문과 브랜드 충성도로 전환될 수 있을지, 한국 토종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지속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중국 카페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 성공 여부는 얼마나 오래 줄을 세우냐보다 '개점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고객이 다시 사러 오느냐'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베이징(중국)=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