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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이프 맞아 숨진 하도급 근로자…원청 현대스틸산업 '무죄'
'신호수' 하며 정반에서 파이프 밀착 작업
중량물 작업계획서·사망 인과관계 미인정
원청·대표 "위험성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워"
중량물 작업계획서·사망 인과관계 미인정
원청·대표 "위험성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워"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용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4단독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대스틸산업과 윤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대스틸산업은 2022년 2월 전남 광양 율촌 공장에서 하도급 업체와 파이프 제작 공사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원형 파이프에 철가루를 분사해 파이프의 녹 등을 제거하고 지게차로 작업이 끝난 파이프를 운반하는 일을 담당했다. 지게차 신호수 역할을 맡은 A씨는 지게차가 파이프를 들어 올리면 정반(파이프 거치대) 안에서 고임목을 파이프에 밀착시켜 고정시키는 작업도 맡았다.
2022년 4월 A씨는 굴러온 파이프에 머리와 몸통이 협착돼 중증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해당 파이프는 고임목의 모서리와 부딪쳐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은 현대스틸산업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중량물 작업계획서 미작성과 A씨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전담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을 현대스틸산업이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획서가 작성됐더라도 정반 안에서 고임목 설치작업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현대스틸산업과 업체가 위험성 평가서를 작성한 점을 근거로 이들이 유해·위험요인을 확인·점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가서에 계획서가 언급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작업계획서 작성이 위험성 평가에 따라 도출된 필요한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표와 현대스틸산업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이 사고 당시 위험성 등을 알았거나 방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기타 안전조치 없이 A씨에게 작업을 지시했다는 혐의 역시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현대스틸산업 생산팀 소속 현장 관리감독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 부재한 상황에서 위험한 작업이 이뤄졌음에도 이를 제지하거나 관리·감독하지 않은 점이 근거였다.
재판부는 또 하도급 업체 소속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례상 파이프와 접촉할 위험이 있는 근로자는 신호수가 될 수 없는데 이를 방치했다는 취지다. 사고 당시 지게차 운전자는 잘못된 지게차 조작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판단에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유죄가 선고된 현대스틸산업의 현장 관리감독자와 검찰은 쌍방 항소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