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제공: 경찰청, 사진제공: 경북소방본부
영상제공: 경찰청, 사진제공: 경북소방본부
화재 현장에서 크게 다친 소방관을 살리기 위해 경찰이 '싸이카'(사이드카)까지 투입해 이송을 도운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가운데, 이 소방관의 부인이 경찰과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내 역시 현직 소방관이다. 경기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엄수된 19일,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을 향한 시민들의 고마움과 응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북 경주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소속 10년 차 구조대원 유병준 소방장이다. 유 소방장은 지난달 19일 화재를 진압하다가 사고를 당해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싸이카 2대·순찰차 앞세운 23㎞ '모세의 기적'

유 소방장을 태운 119구급차가 울산 톨게이트를 지났을 때, 목적지인 A대학병원까지는 약 23㎞가 남아 있었다. 정체 구간이나 신호 대기에 걸리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신고받은 경찰은 곧바로 싸이카 2대와 순찰차를 구급차 앞에 세워 긴급 에스코트에 나섰다. 경찰관들은 사이렌을 울리며 구급차와 함께 정체 구간 및 교차로를 빠르게 통과했다.

시민들도 힘을 보탰다. 도심 교차로와 터널 등을 지나던 운전자들은 경찰의 수신호와 구급차의 경광등을 보자마자 일제히 길을 터줬다. 경찰과 시민들이 함께 만든 '모세의 기적' 덕분에 구급차는 20여 분 만에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유 소방장은 응급 치료를 받으며 큰 고비를 넘겼다. 이 장면은 지난 14일 유튜브 '대한민국 경찰청' 채널에 '당신을 위하여, 긴급 싸이카 에스코트'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소방관 아내 SNS
소방관 아내 SNS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소방관 부부의 한 달

유 소방장의 부인 백민정 소방교는 경북 포항남부소방서에서 일하는 구급대원이다. 백 소방교는 사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같은 소방관이라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니까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를 받았을 때 의식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일단 의식만 돌아오고 '제발 그냥 살아만 있어 달라'고 생각하면서 병원에 간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유 소방장은 의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사고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진통제 없이는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려운 상태다. 최근 다섯 번째 피부 이식 수술받았고, 앞으로도 수술 두 차례와 재활 치료가 남아 있어 긴 병원 생활이 이어질 예정이다.

◆병상서 본 자신의 뉴스…”이렇게 빨리 갈 수 있어 감사"

유 소방장은 병상에서 자신이 이송되던 장면을 담은 뉴스를 직접 봤다. 백 소방교는 "남편이 영상을 보여주면서 본인이 이 구급차에 타고 있었다고 하더라"며 "차가 많이 막혔을 텐데 '이렇게 빨리 갈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남편이 수술실에 들어간 뒤 백 소방교는 뉴스에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그는 “'응원한다'는 댓글에 너무 울컥했다”며 "도와주신 경찰분들께도, 도로 위에서 양보해 주신 시민분들께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혼 3년 차인 두 사람 사이에는 15개월 된 아들이 있다. 유 소방장은 퇴원해 아내, 아들과 함께 집에서 보낼 시간을 그리며 고통을 견디고 있다고 한다.
1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故)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에서 한 소방대원이 김 소방위 부천소방서 동료의 조사를 들으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19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故)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에서 한 소방대원이 김 소방위 부천소방서 동료의 조사를 들으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교대 마치고 집에 가는 일상, 얼마나 소중한지"

백 소방교는 최근 경기 부천에서 동료 소방관이 순직한 소식에도 마음 아파했다. 김진석 소방위는 지난 16일 부천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다가 순직했다. 퇴근을 20여 분 앞둔 때였다. 김 소방위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부천시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됐다.

백 소방교는 "남편의 사고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교대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경기도에서도 안 좋은 사고가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모든 동료분이 오늘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 퇴근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