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음악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도 하면서 오래도록 제 음악 인생의 중심축에 있었습니다."

일본 도쿄대 공대 출신이라는 이색 이력을 지닌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스미노 하야토(31).

오는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앞둔 그가 한국경제 아르떼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스미노는 2021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비전공자 최초로 준결승에 진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 ⓒJohannaBerghorn, 마스트미디어 제공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 ⓒJohannaBerghorn, 마스트미디어 제공
이번 공연은 지난 1월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쇼팽의 궤도(Chopin Orbit)'의 연장선에 있다. 무대에서는 쇼팽의 대표곡과 그의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자작곡을 유기적으로 엮어 들려줄 예정이다.

앨범과 공연의 부제이기도 한 '쇼팽의 궤도'는 쇼팽을 하나의 중력의 중심에 두고, 그로부터 파생된 음악적 반응과 갈래들이 저마다의 궤도를 그려나가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스미노는 "쇼팽의 작품을 계속 연주하다 보니 그의 음악적 어법과 미의식이 자연스럽게 제 안에 스며들었고, 내가 쓰는 음악에도 그것이 드러나고 있음을 느꼈다"며 "쇼팽과 정면으로 마주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앨범과 공연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 한경DB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 한경DB
실제로 무대에선 쇼팽의 원곡과 스미노의 재해석이 촘촘하게 엮인다. 쇼팽의 연습곡 '에올리언 하프'를 리디아 선법으로 변주한 자작곡 '리디안 하프'를 비롯해,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에서 영감을 받아 비가 그친 뒤의 세계를 상상하며 반음 올린 울림을 더한 '빗방울 후주곡'이 대표적이다.

스미노는 "재해석한 작품들은 쇼팽의 어법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화성 감각을 녹인 결과물"이라며 "그 과정에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단 하나 '쇼팽의 미의식을 훼손하지 않는가' 여부"라고 말했다.

"쇼팽에게 제 음악을 직접 들려드릴 수는 없지만, 제 음악의 정체성과 쇼팽의 음악 사이에는 많은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즉흥 연주의 달인이면서도 한음 한음에 대해 완벽을 기했던 쇼팽처럼, 저 역시 그 감각에 조금이라도 다가서고 싶습니다."

이어 그는 "쇼팽의 음악이 오래된 작품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새롭게 태어난 음악처럼 살아 숨 쉬는 느낌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미노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때로는 밴드의 키보드 연주자로 경계를 넘나든다. 연주자로서는 손의 움직임과 공연장의 울림 같은 '몸의 감각'을 체득하고, 작곡가로서는 악보 안쪽에서 음의 사고 궤적을 추적한다. 그의 시선은 이제 더 넓은 무대를 향하고 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대편성 곡에 도전하며 창작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

"19세기까지는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하고 즉흥 연주도 하는 것이 음악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쇼팽도, 리스트도 그랬죠. 저는 그런 음악가의 모습을 21세기에 맞는 방식으로 다시 되찾고 싶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오랜 전통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방식으로 새롭게 이어가는 것. 그것이 제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입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