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갈등 바로 알려면 9개로 쪼개진 문화권 봐야, 신간 <분열하는 미국>
미국 내부의 갈등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극한 대립이 가장 큰 문제일까.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콜린 우다드는 <분열하는 미국>에서 미국의 분열을 이해하려면 정당에 앞서 미국 내부 문화권들의 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국을 9개의 주요 지역 문화권으로 나눈다. 뉴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한 '양키덤', 뉴욕 일대의 '뉴네덜란드', 미국 남부의 '딥사우스', 애팔래치아 산맥 주변의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문화권은 17~19세기 초기 정착민들이 형성한 가치관과 제도를 수백 년간 이어왔다. 청교도들이 정착한 양키덤은 공동체의 책임과 공교육을 중시하는 반면, 노예제에 기반해 발전한 딥사우스는 사회적 위계질서와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강하다. 그레이터 애팔래치아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뿌리내렸다.

이러한 차이는 오늘날 미국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책은 총기 규제와 낙태, 이민, 기후변화뿐 아니라 기대수명과 빈곤율, 공공서비스 수준까지 지역별로 비교한다. 총기 사망률은 딥사우스가 뉴네덜란드보다 네 배 높다. 같은 백인이라도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주민은 뉴네덜란드 주민보다 평균 4.4년 일찍 사망한다. 같은 흑인이라도 뉴네덜란드 주민의 기대수명이 미들랜드보다 3.9년 길다.

저자는 이러한 격차를 지역의 정치문화와 연결 짓는다. 공동체주의 성향이 강한 지역은 높은 세금을 통해 의료와 교육, 사회기반시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반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남부에서는 낮은 세금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공공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환경정책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2023년 기준 메인주의 재활용률은 47.7%인 반면 루이지애나는 0.5%에 그쳤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당의 이념과 지지 기반이 바뀌어도 지역 문화의 영향력은 지속됐다는 점이다. 20세기 초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웠던 민주당은 오늘날 진보 진영을 대표하고, 과거 공동체주의를 지지했던 공화당은 보수 정당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지역에 뿌리내린 정치적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단일 문화권에 속하는 곳은 1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서로 다른 문화권이 경합하거나 혼재해 있어 주 내부에서도 정치적 갈등이 벌어진다.

저자는 미국의 분열을 최근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현상이 아니라 건국 이전부터 이어져 온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오늘날 총기와 낙태, 이민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의 이면에는 수백 년 전부터 축적된 서로 다른 국가관과 사회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